날아간 민재의 가을 1

2014.01.09 08:39:51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이수옥 동화작가] 부지런한 해님은 아침이슬로 말갛게 세수를 했나 봅니다. 환한 얼굴로 아까부터 민재를 깨우려고 창밖에서 서성댑니다. 엄마가 민재를 깨우러온 해님의 서성거리는 발자국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엄마는 아직도 꿈나라에 빠진 민재를 깨웁니다.

“민재야, 일어나서 밥 먹자. 해님이 민재를 깨우러 오셨네.”

“싫어요, 더 잘래요. 오늘은 유치원 안가는 날이잖아요.”

민재는 온몸을 동그랗게 돌돌 말고 이불속으로 들어갑니다.

“잠꾸러기가 되면 착한 민재 아니지.”

“엄마, 이불속에서 밥 먹으면 안 돼요?"

“그건 안 돼. 그러면 산타 할아버지한테 우리 민재 잠꾸러기, 게으름뱅이라고 일러 줄 거야.”

“엄마, 이르지 마세요. 산타 할아버지는 잠꾸러기, 게으름뱅이 아이한테는 선물을 안 주실 거잖아요.”

   
▲ 그림 김설아(동신중 1)

“그럼, 안 주시고말고, 산타할아버지는 누가 착한 아인지 나쁜 아인지 알고 계신데…….”

엄마는 먼 곳에 있는 산타할아버지가 들을 만큼 큰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치사한 엄마입니다. 툭하면 산타 할아버지에게 일러준다고 민재에게 겁을 줍니다. 엄마는 얄미운 고자쟁이 입니다. 민재가 크리스마스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정말 너무합니다.

오늘은 유치원 안가는 토요일인데 늦잠 잤다고, 잠꾸러기라고, 게으름뱅이라고, 산타할아버지에게 이른다고, 으름장을 놓는 엄마는 팥쥐 엄마랑 똑같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날에는 ‘미미의 시장놀이’ 선물세트를 받은 착한 민재입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나나의 주방놀이’ 선물세트를 받고 싶은 민재거든요. 가장 친한 유치원 친구 하늘이와 재미있게 소꿉놀이를 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신이 납니다.

엄마가 산타할아버지에게 고자질을 하면 선물을 안 주시는데 그러면 정말 안 됩니다. 엄마가 산타할아버지에게 일러주면 민재의 소원이 확 날아갑니다. 와락 겁이 난 민재는 이불속에서 발딱 일어났습니다.

“엄마, 민재 일어났어요. 민재 잠꾸러기 아니지요? 산타 할아버지에게 이르지 말아요.”

산타 할아버지에게 이른다는 말에 겁이 덜컥 난 민재는 엄마 이마에 뽀뽀를 뺨에도 뽀뽀를 열 번도 더 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 착한 민재, 잠꾸러기 아니야. 이렇게 벌떡 일어났는걸.”

엄마는 활짝 웃으면서 민재를 꼭 껴안아주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일러 줄까봐 잔뜩 겁이 났던 민재도 활짝 웃었습니다.

“날씨가 쌀쌀한데, 우리 민재에게 어떤 따뜻한 옷을 입혀 줄까?”

엄마는 옷장 문을 열었습니다. 이 옷, 저 옷, 뒤적이며 고르다가 할머니가 사다주신 노란색 잠바와 빨간색 멜빵바지를 꺼냈습니다.

“오늘은 할머니가 사다 주신 이 옷을 입혀야겠다.”

빨간색 멜빵바지와 노란색 잠바를 입은 민재를 보고 엄마는 큰소리로 외칩니다.

“와, 우리 민재에게 예쁜 가을이 왔네.”

민재도 할머니가 사다주신 노란색 잠바와 빨간색 멜빵바지가 마음에 꼭 들었나 봅니다. 거울을 보며 요리조리 예쁜 제 모습을 비춥니다.

“엄마, 가을이 민재같이 예뻐요?”

“그럼 노란 가을도 빨간 가을도 우리 민재처럼 예쁘지.”

“엄마, 그럼 민재랑 예쁜 가을 만들어요.”

“호호호 민재야, 가을은 만드는 게 아니야. 나뭇잎이 빨갛게 노랗게 고운 색깔로 물드는 게 가을이야.”

“엄마, 나뭇잎이 어떻게 물이 들어요?”


*날아간 민재의 가을은 <2>에 계속 됩니다.

 

<날아간 민재의 가을>은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

이수옥 기자 suock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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