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민재의 가을 3

2014.01.21 09:44:45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바람이 점점 세게 불어옵니다. 예쁜 가을이 불쌍하게 땅바닥으로 자꾸만 떨어집니다. 민재는 자꾸자꾸 떨어지는 예쁜 가을이 불쌍해서 울고 싶습니다. 예쁜 가을을 자꾸만 떨어뜨리는 바람이 너무 밉습니다. 가을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밉습니다. 가을을 밟으며 좋아하는 엄마도 밉습니다.

“바람은 나빠, 미워, 예쁜 가을이 자꾸 떨어지잖아.”

민재는 획획 지나가는 바람에게 마구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저쪽에서 청소부 아저씨가 빗자루로 예쁜 가을을 싹싹 쓸어서 커다란 자루에다 꼭꼭 눌러 담습니다. 몹시 화가 난 민재는 아저씨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소리를 지릅니다.

“아저씨, 예쁜 우리 가을을 다 가져가면 어떻게 해요.”

민재는 아저씨를 올려다보며 조그만 발을 땅땅 구르며 앙팡지게 대듭니다. 엄마는 무서운 얼굴로 민재를 째려봅니다.

“아저씨, 죄송해요. 우리 아이가 버릇이 없어서 그래요.”

엄마는 아저씨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합니다.

 

   
▲ 그림 동신중 1학년 김설아

 

“민재야, 너 아저씨에게 그렇게 버릇없이 굴면 못써. 아저씨 미안합니다. 해, 어서.”

“엄마, 저 아저씨가, 나쁜 아저씨가, 예쁜 우리 가을을 다 가져가잖아요.”

엄마는 바보입니다. 가을이 불쌍해서 울고 싶은 민재 마음도 모르면서 엄마는 민재를 호되게 나무랍니다.

“민재야, 엄마가 말했지. 가을이 땅에 떨어지면 그건 가을이 아니라고 말했지. 땅바닥에 떨어진 가을은 낙엽이라고 엄마가 말했어? 안 했어?”

엄마는 무서운 얼굴로 민재를 째려보며 나무랍니다.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은 민재는 더욱 화가 났습니다.

“엄마 바보, 아저씨가 예쁜 가을을 저렇게 많이 가져가잖아.”

민재는 그만 앙앙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엄마는 아저씨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그렇지만 청소부아저씨는 밝은 얼굴로 껄껄껄 웃으십니다.

“아유,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예쁜 꼬마아가씨가 화가 단단히 났네. 꼬마아가씨, 가만있어 봐요. 아저씨한테 사탕이 있을 텐데…….”

아저씨는 이쪽저쪽 주머니를 열심히 뒤졌습니다.

“옳다, 여기 있네. 꼬마아가씨 아 해 봐요?”

청소부아저씨는 빨간색 알사탕 하나를 민재의 입안에다 쏙 넣어 줍니다. 청소부아저씨가 주신 빨간 사탕은 꿀맛처럼 달콤합니다. 민재의 입술과 혀가 어느 새 빨갛게 물이 들었습니다. 빨갛게 물이든 민재의 입술을 본 아저씨가 큰소리로 말합니다.

“우와, 꼬마아가씨 입술이 빨간색 가을이 되었네 하하하.”

"정말이네 민재 입에 예쁜 가을이 빨갛게 달렸네,

엄마도 덩달아서 호호호 웃습니다.

“민재야, 아저씨에게 고맙습니다. 인사해야지.”

하지만 민재는 달콤한 사탕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나 봅니다. 빨간색 가을도, 노란색 가을도, 아예 잊어버렸나 봅니다. 맛있는 사탕과 함께 예쁜 가을을 꿀꺽 삼켜 버렸나 봅니다. 입안에 사탕을 오물오물 굴리기에 바쁩니다. 예쁜 가을이 하늘 멀리 날아갑니다.  <끝>

 

<날아간 민재의 가을>은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

이수옥 기자 suock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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