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이네 꽃밭 이야기 1

2014.01.25 10:16:43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 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어요. 꽃샘바람이 멀리 멀리 달아났어요. 따뜻한 아침햇살이 민경이네 꽃밭에 한가득 퍼졌어요. 키 큰 목련나무무가 기지개를 켜고 제일 먼저 일어났어요.

“아, 잘 잤다. 그런데 내가 너무 늦잠을 잤나.”

“하하, 목련나무야, 네가 제일 부지런하단다.”

봄바람이 목련나무 가지를 살랑살랑 쓰다듬으며 지나갔어요. 칭찬을 받은 목련나무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가지가 휘어지도록 하얀 종을 울리며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은은한 목련꽃향기가 온 동네에 퍼져 나갔어요.

“얘들아, 봄이 왔어. 어서들 일어나라. 우리들 세상이 왔어. 모두 예쁜 꽃을 활짝 피우자. 우리 다 같이 예쁜 꽃동산을 만들자.”

큰 소리로 우렁차게 말하는 목련나무오빠는 대장 같았어요.

큰소리에 놀란 아기진달래도 겨울잠에서 깨어났어요.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어요.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밀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아기 진달래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싶어서 꽃눈을 달싹 달싹 거렸어요. 지난해 민경이 아빠가 산에서 캐다 심은 아기진달래가 제법 어른스러워졌어요.

“목련나무오빠, 나도 예쁜 꽃을 많이 피울 거야.”

“아기진달래야, 잘 생각했어. 기특하구나. 지난해는 꽃도 제대로 피울 생각을 하지 않고 울기만 했었지. 이제 엄마가 살고 있는 산은 잊어버려. 민경이네 꽃밭에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예쁜 꽃을 많이 피워라.”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아기진달래는 지난해 민경이네 꽃밭으로 오던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의젓해졌어요. 처음에는 엄마가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산새친구들도 보고 싶고, 엄마 옆에 우뚝 서 있던 푸른 소나무 할아버지, 철쭉꽃언니, 키 큰 벚꽃나무 아저씨도 보고 싶었어요.

아기진달래가 기를 피지 못하게 그늘을 만들던 아카시아나무조차도 보고 싶었어요. 매일 울기만 하느라고 예쁜 꽃을 많이 피우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민경이하고 동네 꼬마들이 아기진달래꽃을 보며 즐거워했어요.

“와, 진달래다. 민경이네 꽃밭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모두들 진달래꽃을 보며 탄성을 질렀어요. 울보가 된 아기진달래는 잠깐 우쭐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키도 제법 자랐어요. 목련나무오빠는 여전히 올려다보지만, 옆에 있는 라일락친구하고는 손이 금방 닿아요. 라일락꽃나무는 참 좋은 친구예요. 매일 울기만하는 아기진달래를 산뜻한 꽃향기로 말없이 달래주었어요.

라일락 꽃향기에 취해서 엄마생각도 잠깐 잠깐 잊을 수 있었어요. 새로운 힘이 가지마다 돋아나는 기분도 들었어요. 가지가 쭉쭉 뻗어나가는 벅찬 느낌도 스멀스멀 들어가기도 했어요.

“나는 엄마가 있는 산으로 갈 수가 없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가지를 많이 늘려가며 예쁜 꽃을 피울 거야. 그러면 민경이도 동네 꼬마들도 모두 좋아 할 거야.”

아기진달래는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가지를 흔들어 보았어요.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요. 하지만 산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아기진달래야. 아기진달래야, 하고 엄마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로 들렸어요. 너무 너무 슬퍼서 울고 싶었어요.

이제부터는 울지 않을 거예요. 영양분을 힘껏 빨아 올려서 키도 쑥쑥 크고 예쁜 꽃도 많이 피울 거예요. 아무리 다짐을 해도 엄마가 보고 싶은 슬픈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어요. 엄마가 너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만,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어요.

그때, 아기진달래 발아래에서 조그맣게 부르는 소리가 났어요. 아기진달래가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니 활짝 핀 노랑민들레가 속삭이듯 말했어요.

“아기진달래야, 울지 마. 내가 네 친구해 줄게.”

아기진달래는 땅에 착 달라붙어 조그맣게 피어있는 민들레가 친구를 해 준다는 것이 어쩐지 못마땅하고 기분이 나빴어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민들레는 여전히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아기진달래야. 울지 마. 내가 친구 해 준다니까.”

“민들레야, 너같이 조그만 꽃이 어떻게 나하고 친구가 될 수 있어? 나는 아직까지 너 같이 작은 꽃하고 친구 해 본 적이 없단 말이야. 우리 엄마 옆에 있던 철쭉꽃나무, 산 동백꽃나무, 키 큰 벚꽃나무, 아카시아나무하고만 놀았단 말이야."

 *민경이네 꽃밭 이야기 2로 이어집니다.

<민경이네 꽃밭 이야기>는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

이수옥 기자 suock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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