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파리 치마대 목장, 윤관의 별무반 출정식 볼 수 있을까?

2014.01.28 06:42:45

말의 해에 찾은 치마대목장의 류명삼씨

[그린경제/얼레빗=권효숙 기자] 말의 해, 갑오년 청말의 해가 밝았다. 말은 12지 중에서 일곱 번째 동물이다. 말은 탄력있고 미끈하며 탄탄한 근육을 갖고, 기름진 모발과 단단한 말굽을 가지고 빠르게 질주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아주 강인하고 생동감을 갖고 있는 동물이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말은 사람의 생활 속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서 역사책이나 신화,전설, 민속 등에서도 자주 등장하곤 한다.
파주 지역에서도 말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말무덤 이야기다.

이유길은 임진왜란 때 18세에 부친을 잃고 격분하여 상중의 몸으로 이순신 장군을 따라 명랑해전에서 전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러다가 임란이 종결되고 몇 년 후 1619(광해군11)년 명나라가 금나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원군을 요청하게 되는데, 그때 영유현령이 된 후 도원수 강홍립을 따라 우영장으로 선봉장이 되어 가게 된다. 그는 중국 심하지방에 출전하여 명나라의 유정과 분전하여 싸우던 중 칼을 맞는다.

이유길은 죽음이 다가오자 옷소매를 찢어 머리칼, 손톱, 발톱을 싸서 타던 말에다 매달아 말을 채찍질을 하였더니 이곳까지 말이 달려와 비명소리를 지르고는 죽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전쟁터의 다급함을 알리기라도 하듯 피와 먼지로 얼룩진 속에 "3월 4일 死" 이렇게 다섯글자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집안에서는 이곳 발랑리 근처 연안이씨 선산에다 이유길의 머리칼, 손톱, 발톱등만을 묻어 묘를 썼다. 이유길의 묘소로 올라가는 사당 옆에 이유길이 타던 말을 묻어준 것이 바로 ‘의마총’이다.

   
 

또 다른 말무덤은 윤관장군 묘역에 있는 전마총(戰馬塚)이다. 이 말도 윤관장군과 더불어 여진정벌의 전장터를 누비다가 돌아와 죽은 말의 무덤이다. 이를 보면 옛 위인들이 말을 얼마나 한 가족처럼 소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겠다.

   
 

파주의 파평면에는 말과 관련된 지명이 있다. 파평윤씨의 윤관장군이 파평산에서 말을 타고 무예를 닦았던 곳이 바로 치마대이다. 이러한 옛 지명을 따서 파평산자락에서 요즘 치마대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류명삼씨를 찾아가 보았다.

치마대 목장에는 제주에서 들여온 제주 조랑말 계통의 ‘한라마’가 일곱 마리 있고, 마사회에서 들여온 말이 세 마리가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백말로 마차를 끄는 말이다. 제주도에서 사온 네 마리의 말 중에 세 마리가 임신 중이어서 파주에 와서 출산을 하였다.

2012년 4월에 장파리에서 태어난 1호말인 ‘장마루’ 그 해 5월에 태어난 숫말 ‘두폴’ 그리고 ‘포리’가 있다. 이렇게 해서 네 마리가 일곱 마리가 되었고, 이 반종마와 비교하기 위해 유럽말인 경주마 두 마리를 서희복씨로부터 기부를 받았다고 한다. 말은 임신기간이 12개월이고 출생후 2년이면 성마가 된다고 한다.

   
 

류명삼 대표는 목장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장파초등학교와 파평초등학교에서 승마교육을 하고 있다. 말 다루기, 마차 타기, 말타기의 실제 교육부터 말의 특성, 말에 얽힌 파평의 역사, 전설 등 이론교육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과 후 특별한 승마수업은 지역의 주민들에게 아주 호응이 좋아서 일부러 이 수업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전학을 온 어린이도 두 명 있다고 한다.

   
 

임진강변을 백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가다 보면 여기저기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많아서 류대표는 언제부터인지 이 쓰레기들을 마차에 주워담아 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곳의 청소담당이 되었다. 파평면에서는 류대표의 정화활동으로 장파리 임진강변이 한결 깨끗해지자 명예환경감시원증까지 내주었다.

   
 

류명삼 대표가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말목장을 시작한 것은 2012년 5월이다. 그는 장파리에서 출생하고 자랐지만 서울에서 20여년간 살면서 영화사에서 시나리오를 쓰던 영화인이었다.

파주에 내려와 전쟁관련 시나리오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장파리에 와서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6.25 전쟁 당시 이 지역의 전투에서 말이 포탄을 싣고 파평산을 혼자 오르내렸다는 이야기와 중공군들이 말을 3천 마리를 가지고 내려왔다가 후퇴하면서 쓰러진 말들을 그냥 두고가서 마을 사람들이 거둬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말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다보니 류대표는 말에 대해 깊숙이 빠져들게 되어 말을 사서 키워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제주도에 가서 말을 사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고 그리는 치마대목장의 미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전 말을 이용한 파평면의 특화된 지역문화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가령 율곡습지에서 가을 축제 때 윤관장군의 여진정벌군 출정식을 한다던지, 전통마복원연구소를 설립해 파주 파평지역이 우리전통마로 맥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던지, 이 지역의 전통적 민속문화의 재현을 통해 마을의 화합을 다진다던지....이러한 일들에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내년엔 마을의 대동굿도 다시 재현해 볼 생각입니다.”

그의 비전을 듣다보면 류명삼 대표는 단순히 말만 키우는 마부가 아닌 이 지역의 역사문화연구가이자 전통문화지킴이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임진강을 노래하는 시인이기도 한 그는 마을 대동굿을 다시 시작해 보겠다는 의지 뿐만 아니라 경기 북부의 장례문화에도 관심 있어서 이 지역에 묻힌 담양군 노제행렬도 재현해보고 싶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말의 수가 늘어나 한 2백여마리가 되면 임진강변에서 윤관장군의 여진정벌을 위한 별무반 출정식도 재현해 보고 싶다 한다.

   
 

말의 강인하고 튼튼함이 얼핏 류대표의 모습에서도 보이는 듯 하다. 아무 것도 없던 산자락에 말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일구어 만들고, 지역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승마의 꿈을 키워주고, 더 나아가 지역의 전통문화 문화콘텐츠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일들은 그가 말의 강인함과 생동감의 기상에서 힘입어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듯 하다. 말의 해에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커다란 도약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권효숙 기자 jeen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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