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이네 꽃밭 이야기 2

2014.01.31 04:08:00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민들레꽃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제비꽃이 화가 나서 덤볐어요.

“야, 건방진 아기진달래야. 나처럼 키 작은 앉은뱅이 꽃도 있다는 거 몰라? 꽃들은 다 친구야. 빨리 민들레한테 사과해. 어서 잘못했다고 사과 하란 말이야.”

제비꽃은 보라색얼굴이 하얗게 질리도록 앙팡지게 대들었어요.

어찌나 또랑또랑한지 아기진달래는 몸이 오싹 움츠러들었어요. 산에서만 자란 진달래는 작은 꽃들이 많다는 것을 몰랐어요. 울고 있는 진달래를 위로하는 착한 민들레꽃을 무시한 것이 부끄러웠어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했어요.

“민들레야, 미안해. 내가 잘못 생각했어. 용서해 줄래?”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괜찮아. 아기진달래야. 네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는 다 알아. 엄마가 보고 싶어서 괜히 화를 내는 것도 알아.”

아기진달래는 민들레의 예쁘고 고운 마음씨에 그만 감동을 받았어요. 작다고 깔보았던 마음을 뉘우치고 반성을 했어요. 기분이 많이 나빴을 텐데도, 따뜻하게 말해 주는 작은 민들레가 엄마처럼 포근하게 느껴졌어요.

“민들레야, 정말 미안해. 봄바람이 내 얼굴을 만지고 가면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서 네게 짜증을 부렸나 봐. 나를 용서해 주는 거지?”

“용서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우리는 다 같이 친구인걸.”

“고마워 민들레야, 그런데 너는 언제부터 민경이네 꽃밭에서 살았니?

“나는 바람아저씨를 따라다니다가 그만 길을 잃었어.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민경이네 꽃밭에 뿌리를 내렸단다.

“그랬구나. 나는 민경이 아빠가 등산을 와서 아무도 모르게 나를 캐 온 거야. 나를 배낭 속에 넣어가지고 왔단다. 그 때 갑갑해서 죽을 뻔했어. 민들레 너는 어디서 살다왔니?”

“나는 들판에서 살았어.”

“들판은 어떤 곳이니? 들판에도 푸른 소나무가 있니? 꾀꼬리 방울새 같은 예쁜 산새도 살아?”

“아니야 들판은 아주 넓단다. 들판에는 나처럼 키 작은 꽃들이 많이 산단다. 제비꽃, 자운영, 꽃다지, 냉이, 씀바귀, 반지꽃, 등 작은 꽃들이 아주 많단다. 아름다운 산새는 없지만 제비라는 아주 이로운 새가 산단다.”

“그렇구나. 너는 들에서 살았고, 나는 산에서 살았네. 하지만 지금은 민경이네 꽃밭에서 함께 살고 있으니 이제부터 다정한 친구로 잘 지내자.”

아기진달래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민들레도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어요.

‘우리 민들레꽃은 씩씩하고 강한 꽃이야.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며 예쁜 꽃을 피우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멀리 가지 말고 들판에서 형제들과 사이좋게 오순도순 살아야 한다.’

늘 이렇게 말해주던 엄마 말을 안 듣고 바람아저씨를 따라 나오던 날이 생각났어요. 엄마가 불러도 못 들은 척, 엄마 곁을 떠나 온 걸 후회했어요. 그렇지만 민들레꽃은 강하고 씩씩한 꽃이라는 엄마 말에 위로를 받았어요. 그래서 울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거랍니다.

“민들레야, 너는 작은 꽃이지만, 정말 씩씩한 꽃이구나. 나도 너처럼 씩씩하게 자라서 민경이네 꽃밭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어. 그러면 산에 있는 우리 엄마가 좋아할 거야. 내가 산을 떠나 올 때, 엄마는 울면서 말했어. 어디 가든 건강하고 아름답게 잘 커야 한다고.”

“아기진달래야, 나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많단다. 내 동생도 정말 많이 보고 싶단다. 어디서 나처럼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지 너무 너무 궁금하단다.”

“민들레야 너는 동생하고도 헤어졌구나. 너는 나보다 더 슬픈 꽃이었구나. 그런데도 잘 참고 견디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네 앞에서 울었으니 정말 부끄럽다. 그런데 동생하고는 어떻게 헤어졌니?”

 민경이네 꽃밭 이야기는 3으로 이어집니다.

<민경이네 꽃밭 이야기>는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

이수옥 기자 suock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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