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의 꿈 1

2014.02.14 08:41:10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남해아줌마는 멸치를 크기별로 색깔별로 골라냅니다. 날마다 멸치를 매만지는 남해아줌마는 얼굴도 멸치처럼 갸름합니다. 장난기가 많은 남해아줌마는 골라낸 멸치마다 특색 있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비늘이 한개도 벗겨지지 않은 최고로 좋은 멸치는 은비늘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었습니다. 비늘이 조금 벗겨진 중간으로 좋은 멸치는 멸순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요, 성질이 급해서 비늘이 거의 전부가 벗겨진 멸치는 샐쭉이라는 별나고 미운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남해아줌마는 찰칵찰칵 은비늘, 멸순이, 샐쭉이를 상자에 가지런히 담아놓고 사진을 찍습니다. 못생긴 샐쭉이는 홀딱 벗은 자신을 찍는 남해아줌마가 미웠습니다. 남해아줌마는 멸치를 고르고 담아서 팔기도 바쁠 터인데 동화를 쓰기도 합니다. 남해아줌마가 멸치 사진을 찍는 건 틀림없이 동화쓰기 공부를 하는 인터넷 문학카페에 멸치사진을 주르륵 올려놓을 게 빤합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고운 멸치 은비늘 사진은 맨 위에 올려놓고, 다음은 두 번째로 고운 멸순이 사진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맨 밑에다 볼품없고 못생긴 샐쭉이 사진을 올려놓았습니다. 남해아줌마가 이렇게 문학카페에 멸치 사진을 올려놓은 것은 멸치를 직거래로 하기 때문이랍니다.

‘멸치사세요. 싸고 맛좋은 멸치에요. 청정해역 남해바다에서 잡아온 깨끗한 멸치랍니다.’

남해아줌마 때문에 샐쭉이는 전국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했습니다.

“아줌마, 비늘이 벗겨졌다고 멸치가 아니에요? 멸치의 칼슘과 영양이 어디로 가나요? 은비늘, 멸순이 속에 샐쭉이를 그냥 섞어서 팔면 안 되나요? 샐쭉이라고 이름 지은 것도 속상한데 나를 전국적으로 망신시키는 아줌마 정말 미워요.”

   
▲ 그림 김설아 동신중학교 1학년

화가 난 샐쭉이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남해아줌마에게 대들었습니다.

“샐쭉아, 너한테 많이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너를 은비늘이나 멸순이 속에 끼워서 파는 것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야.”

하지만 못 생긴 멸치지만 샐쭉이도 멸치로서 자존심이 있는데, 샐쭉이 마음을 몰라주는 남해아줌마가 정말 미웠습니다. 아줌마는 뭐가 그리 바쁜지 고운 은비늘, 그래도 이쁜 멸순이, 못생긴 샐쭉이마저 모두 다 팔렸는데 사진을 내리지 않습니다. 샐쭉이는 생각할수록 남해아줌마가 밉습니다. 몹시 화가 나고 마음이 상한 샐쭉이는 당당하게 제 몸을 자랑하는 은비늘이 부러웠습니다.

“야! 은비늘, 너는 참 좋겠다. 멋진 곳으로 팔려 간다며?”

“샐쭉아, 그건 가 봐야 알지?”

“은비늘, 아마 네가 갈 집은 창문마다 예쁜 커튼이 걸려 있을 거야. 해님이 방실방실 웃으며 기웃거리는 방에는 재미있는 동화를 쓰는 마음씨 고운 아줌마가 살고 있을 것만 같아.”

“샐쭉아, 너무 실망하지 마. 나는 오히려 네가 더 부럽다. 네가 가는 집, 하늘이라는 아이는 마음씨도 파란 하늘처럼 맑고 고울 것 같지 않니? 이름만큼 예쁜 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니?”

“너 은비늘,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인 거 다 알아, 멸치 중에 가장 못난이를 사가는 하늘이네는 예쁜 식탁도 없을 거야.”

“샐쭉아, 그런 생각하지 마. 칼슘이 많은 멸치를 먹고 하늘이가 튼튼하게 자란다면. 멸치로서 보람 있는 일이니까.”

“은비늘, 너 아줌마한테 멸치 중에는 최고라는 칭찬을 받으니까 마음씨까지 착한 척을 하는 것 같다.”

“샐쭉아,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은비늘, 편지쓰기대회에서 수상한 사람들에게 줄 상품으로 팔려가잖아. 괜히 나한테 자랑하고 싶은 거지. 나도 그물망에서 너처럼 얌전하게 있었더라면 너처럼 은비늘이 되었을 텐데…….”

“샐쭉아, 내가 갈 집이 어떤 집인지 알 수 없는데, 무얼 부럽다고 그러니?”

샐쭉이는 은비늘 말을 듣고 보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상품으로 팔려나가는 은비늘이 부러운 마음은 여전했어요. 그러나 이제 와서 아무리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어서 빨리 하늘이네 집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멸치의 꿈 2> 로 이어집니다.

 *<멸치의 꿈>은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

 


 

이수옥 기자 suock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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