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된 훈민정음 상주본의 안위를 걱정한다

2014.06.02 09:46:31

[편집국에서]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편집국장]  며칠 전 각 언론은 대법원이 훈민정음 상주본 절도 혐의를 받아온 고미술상 배씨에게 무죄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들은 각각의 해석을 내놓았는데 문화일보는 수집상이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반면에 경향신문은 배씨가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며, “상주본은 앞으로도 공개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훈민정음 상주본 훼손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과연 배씨는 상주본을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의 반대급부가 돌아올 때까지 숨겨놓을 것인가? 

세종대왕이 우리 겨레에게 준 엄청난 선물 훈민정음, 하지만 세종이 직접 펴낸 초간본은 오랜 세월 묻혀 있다가 1940년에 경상북도 안동 긍구당가에서 이용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책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이용준으로부터 사들여 지금은 간송미술관(서울 성북구 소재)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었다. 이를 우리는 훈민정음 안동본이라 부른다. 
 

   
▲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 일부(왼쪽)와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 복사본(오른쪽)>, 문화재청 제공

그런데 20087월 상주에 사는 배 아무개 씨가 집수리하다가 발견했다고 소위 훈민정음 상주본을 내놓았다. 이를 전문가들이 조사했는데 이 상주본은 안동본과 같은 목판에서 나온 판본으로 안동본보다 보존상태가 더 뛰어나고 훈민정음 창제원리에 대한 주석까지 있어 학술적 가치가 안동본보다 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따라서 이 상주본은 무려 1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주에서 골동품상을 하는 조 아무개 씨가 자신이 도둑맞은 것이라며 신고한 뒤 법정 다툼 끝에 1,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배 아무개 씨는 이 상주본을 꽁꽁 숨기게 되었다. 문화재청과 경찰이 이를 찾았지만 실패했는데 뒤에 안동 학가산 광흥사가 상주본은 이 절의 복장유물로 도둑맞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배 아무개 씨가 무죄를 선고받으면 이 상주본을 내놓겠다고 했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지금 딴 소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가운데 훈민정음만한 유물이 또 있으랴? 그런 훈민정음 상주본이 혹시 훼손된다면 우리는 땅을 치고 통곡해야할 일이 아니던가? 그래서 상주본의 행방을 모르는 지금의 사태는 우리에게 매우 엄중한 일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한글주간에 KBS 공익광고 한국의 유산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설명을 한 바 있는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 연구교수 김슬옹 박사는 여러가지 논란은 있지만 훈민정음 상주본의 가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배 씨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이러한 배 씨의 업적을 먼저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문화재청은 일정한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으며 대신 배 씨는 나라에 상주본을 기탁하여 자손만대에 귀중한 유산을 남겨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불어 나라는 훈민정음을 제대로 보존하고 가치를 기리는 방안을 마련해야하며, 훈민정음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함은 물론 문화재법 개정을 통해 더 이상 이런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야말로 인류 문화역사상 가장 위대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잘 수장하고 빛내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훈민정음뿐만이 아니라 모든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가져야만 하고, 훈민정음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이와 함께 허술한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에 대한 새롭고 안전한 전시방안도 마련해야만 한다.

 

김영조 편집국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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