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독립운동을 시작해 볼까?

2014.08.04 18:12:27

이제 K-문화독립군이 돈키호테처럼 나설 때

[그린경제/얼레빗=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4시 경. 서울 남산 중턱에 자리 잡은 남산도서관 버스정류장 앞에 이색적으로 가슴에 안중근의사의 유묵을 어깨띠로 두른 대학생들이 등장한다. 내 동지들이다. K-문화독립군 청소년들이 K-문화독립운동을 위하여 안중근의사기념관 상설문화공연을 안내하는 것이다.

   
▲ K-문화독립군으로 나선 청소년 로타렉트3650

학창 시절 내 별명 중에 하나가 돈키호테였었다. 친구들은 내 이름 <김 동규>를 변형하여 <동큐호테=돈키호테>라고 불렀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정말로 돈키호테가 된 느낌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진해서 기사도를 발휘하며 남산에 자리 잡은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돕기 위하여 한가지 좋은 일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중근의사기념관과 내가 인연을 맺는 것은 지난 3월 26일 안의사 서거일에 내가 작곡하여 부부가 함께 부르는 안중근 의사의 옥중편지 <아들아 아들아(Dear My Son)>를 순국기념식에서 노래하면서이다. 그날 기념식에는 여러 방송들이 취재를 나왔고 우리 노래를 방송에 내보내겠다고 미리 저작권 허락을 구하는 전화까지 주고받았었다. 그런데 당일 우리가 노래를 부를 때 그만 무선마이크에 방해전파가 생겨 큰 음향 사고가 나서 결국 그날 뉴스와 방송에 보도되지 않았던 악몽이 잊혀 지질 않는다.

안중근의사기념관은 1970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개관하여 2010년 노무현 정부 때 현대적으로 새로운 건물이 지어 졌다고 하는데 뜻밖에 모르는 이가 많다. 그런데 최근 중국 하얼빈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이 마련되면서 관계자들은 자못 긴장하고 있다. 중국 하얼빈 기념관은 관광객들의 기본코스가 되어 성황인데 남산의 기념관은 등잔 밑이 어두운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전해 듣고 나는 본능적으로 묘안이 없을까 상상하기 시작했다. 우선 매월상설로 문화공연을 기획하여 관객을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기념관까지 관람하도록 하는 것이 내가 음악을 통하여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공연내용의 키워드를 대중성, 예술성, 다양성, 정체성, 창의성으로 개념을 잡아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오리라 예상해 보았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서 <K-문화독립운동>이라는 용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렇다. K-팝페라 그룹 <듀오아임>이 예술가로서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전개하는 문화운동이다. 한국적 가치(K-Value)를 추구하며, 현실의 기준에 타협하지 않고, 타문화에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않는 방식의 문화공연 컨텐츠를 개발, 보급하여 올바른 가치관, 정확한 역사관, 투철한 국가관, 폭넓은 세계관을 제시하여 공연 관람객들에게 창의적 리더쉽을 형성시키자는 것이 K-문화독립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 윤동주의 서시를 작곡하여 초연으로 노래하고 있는 주세페김
 
기념관과 협의하여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4시. 청소년과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 할 수 있는 시간에 공연을 하기로 하였다. 인문학 K팝페라 공연이라 관객들에게는 아주 이색적이면서도 유익한 공연이다. 매월 주제는 되도록이면 창작곡으로 발표하려고 한다. 6월에는 윤동주 시인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7월에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꿈>, 8월에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 9월에는 구상 시인의 <한 알의 사과 속에는>으로 2015년까지 지속된다.
 
   
▲ 돈키호테의 꿈을 작곡하여 초연으로 노래하는 주세페김

반가운 소식은 K-문화독립군으로 청소년봉사단체인 로타렉트들이 자발적으로 합류한 것이다. 저소득층 자녀들을 상대로 과외지도 봉사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인데 첫 공연을 보고 감동하여 청소년들의 관람을 홍보하는 역할과 공연에서는 안내를 맡겠다고 한다. 이에 나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30여 개를 어깨띠로 만들어 두르고 안내하도록 하였다.

또한 기념관 강당에 피아노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두 번째 공연부터는 다행히도 중고 피아노를 기증해 주신 분이 생겼고, 사진을 촬영해 주겠다는 작가도 있다.  모두가 K-문화독립군이다.

일본계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아내 구미꼬김은 어느 때 보다 더 행복해 한다. 어머니가 일본인이라 어린 시절 한일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가슴 졸여야 했던 마음의 상처가 있는데 심지어는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왜놈의 자식이라 발로 차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제는 지나간 과거를 잊고 작게나마 한일간 화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 정의와 평화의 노래 Nella fantasia & Lord's Prayer를 부르고 있는 구미꼬김
 
한국 고유의 정신세계와 정서를 스스로 찾아 가치를 바로 세우는 K문화독립운동.  주저하거나 망설임 없이 의연하게 어려운 무료상설공연을 시작한다. 옛 독립운동가들이 월급을 바라며 독립운동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아직 후원도 협찬도 없지만 여건은 오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합류할 K-문화독립군 동지들을 기다리며 광복의 달 8월 31일 오후 4시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의미 있는 거사를 준비한다.
 
   
▲ 공연 중에 러시아의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을 소개하고 있는 주세페김
돈키호테처럼,
이로서 세상 좋아진다면 마지막 용기를 내어 저 별을 찾아 가리라.
아득한 저 별을 향하여.
 
 
   
▲ 주세페 김동규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Giuseppe Kim)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소프라노 구미꼬 김(Gumico Kim)과 함께 K팝페라 그룹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duoa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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