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

2014.09.14 13:33:59

가나인사아트센터, 이육사 시화전 <한 개의 별을 노래하다>

[그린경제/얼레빗=마완근 기자]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정미연 화가가 열병을 앓으면서 그린 이육사 초상화

   
▲ 정미연 화가가 이육사 시를  그린 시화집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우리는 이육사의 시 <광야>를 목 놓아 외웠다. 일제강점기 끝까지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한 시인 이육사.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에서 태어난 선생은 청포도, 절정, 황혼, 꽃 등 주옥같은 시를 우리에게 남겼다. 그러나 교과서에 오른 광야나 청포도 외에는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육사문학관이 기획하고 정미연 화가가 그림을 그린 이육사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시집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가 나왔다. 

그리고 지난 910일부터 16일까지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2층에서 정미연 화가의 이육사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가나인사아트센터 작가초대전으로 마련된 행사로 1, 3층 전시실에는 작가의 개인 작품을 전시하며 이육사 시화 작품은 2층 전시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정미연 작품전 개막식에는 관람객들이 밀려들어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 정미연 화가가 가장 좋아하는 시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시화

   
▲ "해조사" 시화(왼쪽), "서풍" 시화

   
▲ 시화를 가슴으로 안는 관람객들

시화전은 다른 시화들과는 달리 화려함이 절제된 푸른빛 계열의 그림으로 단순한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듯한 시화는 뜻밖에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관람객의 눈을 꼼짝 못하게 붙들어 매는 매력을 내뿜는다. 시에 따라서는 아주 강렬한 감동이 작품을 감싸고돈다. 화가는 비구상인 듯 구상인 듯 경계를 넘나들면서 이육사 시인의 외침을 담담하게 또 치열하게 외친다.  

그래서 우리는 시화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이육사를 가슴에 새긴다. 흔히들 사람들은 선생을 독립운동을 한 강렬한 성격의 지사로만 안다. 하지만, 시화전에서 선생의 시와 화가의 그림을 눈에 담노라면 그가 얼마나 치열한 감성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육사를 존경하고 선생의 시를 좋아한다면 아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일제강점기동안 조국을 위해 그리고 시를 위해 치열하게 살다간 선생의 탄생 110주기를 맞아 시화전에 발걸음을 해볼 일이다.


이육사 시로 열병을 앓았다
이육사 시화전을 여는 정미연 화가 대담 

- 이육사 선생의 시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시집과 시화전 기획은 이육사문학관이 했는데 남편 박대성 화백에게 시화 작업 의뢰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남편이 아무래도 제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시화를 그리면서 재미있는 일화는 없나요?

처음엔 이육사 선생님의 시화를 그린다는 게 두려웠어요. 그저 교과서에 나왔던 시 몇 편을 읽은 게 전부였을 뿐 선생님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데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지요. 그런데 한편 한편 시를 읽어가고 시화를 그리면서 저는 선생님 시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아니 열병을 앓았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겁니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머릿속엔 온통 이육사 시 뿐이어서 남편이 살짝 질투할 정도였거든요.”  

- 시화집도 펴내셨는데 책을 내시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육사 시화집을 출판하려고 평소 잘 알고 있는 출판사에 연락을 했는데 답이 없는 겁니다. 다른 몇 군데 출판사도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자비로 출판하게 되었구요. 들리는 말로는 그 출판사들이 후회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시인, 굉장한 시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니 돈이 안 될 듯 하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좋은 시화집 놓친 출판사들이 불쌍합니다.(웃음)” 

-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 소개해주세요.

“‘광야도 제겐 가슴이 벅차오르는 시입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 한 개의 별을 노래하다시는 제 마음을 꽉 사로잡았어요. ‘한 개의 별을 갖는 것이 한 개를 지구를 갖는 것이라는 육사 선생님의 생각이 저를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이지요. 선생님은 우리가 땅만 볼 때 하늘과 우주를 관찰하고 노래한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이 꼭 애송했으면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삶일지라도 한 개의 별을 마음속에 가질 수 있다면 이미 그 삶은 행복한 것일 테니까 말입니다.”


   
▲ 정미연 화가가 시화를 설명하고 있다.

 

마완근 기자 mawang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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