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단 쌓고 마을의 안녕 비는 “청양정산동화제”

  • 등록 2015.03.04 08: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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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59]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충남 청양군 정산면 송학리에는 해마다 음력 정월 열나흘날 마을주민들이 모여 청양정산동화제 (靑陽定山洞火祭)를 지냅니다. 청양동화제는 임진왜란 때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하던 화전(火戰)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며 칠갑산을 중심으로 정산면 일대에서 하던 마을잔치였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잠시 중단된 채 마을에서 간신히 제사만 지내오다가 1987년 정산면 송학리에서 다시 발굴하여 민속놀이로 자리잡게 되었지요. 청양정산동화제는 1989년 12월 29일 충청남도무형문화재제9호로 지정받은 문화유산입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정월 열나흘 저녁 무렵 마을 사람들이 정성들여 목욕재계하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한 짐씩 베어옵니다. 그리고는 베어 온 나무로 동화대를 세우고 달이 뜨길 기다려 마을신에게 제사를 올리지요. 이 때 국태민안과 세화풍년(歲和豊年)을 기원하며 모든 부정하고 더러운 것을 불에 태워 액운을 제거하고 평안을 빌게 됩니다. 이렇게 마을제사를 마치고 나면 모든 부정한 것은 불에 태워 액운을 제거하고 제사가 끝나면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준비된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으며 흥겹게 놉니다. 이때 지게가마타기, 휘장돌기 따위를 하며 부르던 전통 노래가 남아 있습니다. 동화제를 지내기 위해 먼저 음력 정월 초이틀부터 걸립패가 걸립을 하며, 한 집당 한 말 정도의 쌀을 걷으면 제주(유사)는 이것으로 제사를 준비합니다.


   
▲ 달 뜰 때 동화대에 불이 붙은 모습(문화재청)

제사를 지낸 뒤 14일 저녁에 동화나무를 만드는데, 눕혀 싼 나뭇가리(땔나무를 쌓은 더미)의 아래 위 여섯 군데를 단단히 묶어 여럿이 줄을 잡아당겨 일으켜 세웁니다. 예전에는 불이 소리를 내며 잘 타도록 하기 위해 가시나무만을 썼으며, 나뭇가리를 쌓을 때는 노래를 흥겹게 부르지요. “홍두깨 박달나무 비단 같은 전나무 / 죽어도 살구나무 버선 끝에 상모나무...” 동화가 타는 동안 풍물꾼들은 동화주위를 돌면서 풍물을 치며 아이들은 싸리나무나 겨릅대를 묶어 동화장 주위에서 쥐불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동화가 타면서 넘어지는 쪽 마을에는 그해 질병이나 재난이 따른다는 속신도 있어 동화단 주변에 모인 주민들은 온통 동화단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이 놀이는 1987년 제28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장려상, 이듬해 제29회 대회에서는 문화부장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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