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혼례, 기럭아비가 목기러기를 들고간다

  • 등록 2015.04.07 1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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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83]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전통혼례에서 신랑 일행이 혼례를 올리러 신부집으로 향할 때, 목기러기를 들고 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기럭아비 또는 안부(雁夫)라고 합니다. 신랑이 신부집 안마당에 준비한 초례청(醮禮廳)에 사모관대로 정장을 하고 들어서면 신부집에서는 전안청(奠雁廳)이라 하여 낮은 상 위에 붉은 보를 깔고 뒤에 병풍을 쳐두지요. 신랑이 이곳에 와서 무릎을 꿇고 앉으면 기럭아비가 기러기를 신랑에게 넘겨줍니다.


   
▲ 전통혼례의 "전안례"에 쓰이는 목기러기(한국문화대백과)


신랑은 이것을 받아 상 위에 놓고 목기러기를 향해 두 번 절을 합니다. 이런 예식을 기러기에게 제사 지낸다는 뜻으로 “전안지례(奠雁之禮)”라 하지요. 이것은 남자가 부인을 맞아 기러기와 같이 백년해로를 하고 살기를 맹서하는 것입니다.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이 한번 배우자로 택하면 평생 동안 다른 기러기를 돌아보지 않으며, 한 쪽이 죽으면 다른 쪽이 따라 죽는다고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따라서 전안지례는 혼례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남자가 하늘에 부부되기를 맹세하는 의례인 것이지요.


   
▲ 김홍도 《풍속화첩 》가운데 <신행>, 보물 제527호, 총사초롱 뒤 기럭아비가 목기러기를 들고 간다.

목기러기는 혼례에서 쓰는 가장 중요한 상징물의 하나인데 나무로 만든 기러기라 하지만 실제로는 오리모양으로 나무를 깎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전안지례를 다른 말로 소례(小禮)라고도 합니다. 소례에 견주어 전안지례에 이어 거행되는 교배지례(交拜之禮, 신랑과 신부가 마주보고 절하는 예식)·합근지례(合之禮, 신랑과 신부가 서로 술잔을 나누는 의식)는 대례상(大禮床) 앞에서 거행하기 때문에 이 두 의례를 합하여 대례라 합니다. 목기러기에게 절하는 전안례 하나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 우리의 전통혼례, 이젠 한옥마을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되어 참 아쉽습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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