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가 한 벌을 이루는 쌍문갑, 검소한 선비의 미학

  • 등록 2016.01.15 09: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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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20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선비의 품격이 담긴 간결함의 미학, 할아버지의 거처에서 칠기류의 화려한 가구는 찾아볼 길이 없었다. 오래된 경상과 쌍문갑은 오로지 사람이 문질러서 광택이 생긴 것일 뿐 모서리에 철 장식 한 조각 붙어 있지 않았다. 방 귀퉁이에 놓인 사방탁자도 문구 이상의 것은 없었다. 집 안에 청화백자가 화분처럼 흔하게 널렸건만 할아버지의 침소에는 한 점도 들여놓지 않았다. 저녁이면 낡은 감색 방석과 경상을 한쪽으로 치운 후 반침(半寢)을 열고 이부자리를 내렸다."

위 글은 심윤경 작가의 소설 <달의 제단> 가운데 나오는 내용입니다. 안방의 보료(안방이나 사랑방 등에 방치레로 항상 깔아두었던 요) 옆이나 창 밑에 두고 문서·편지·서류 따위의 개인적인 물건이나 일상용 기물들을 보관하는 가구가 바로 문갑(文匣)이지요. 문갑은 형태에 따라 책상을 겸한 책문갑(冊文匣)이 있으며, 장식공간이 많은 난문갑(亂文匣), 중국식 문갑을 말하는 당문갑(唐文匣)으로 나뉘기도 하고, 하나만 쓰는 외문갑과 쌍으로 쓰는 쌍문갑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 두 개가 한 벌을 이루는 쌍문갑(雙文匣)


쌍문갑(雙文匣)은 두 개가 한 벌을 이루는 것으로 낮고 작으며, 앞면이 모두 문짝으로 막혀서 “벙어리문갑”이라고도 하지요. 선비 방에 나있는 큰 창문을 열어젖히면 밝은 빛이 방 안 가득 차는데 이러한 쌍문갑은 그 창문 아래에 주로 놓였습니다. 먹감나무를 붙여 대칭으로 꾸몄는데 산수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고도 말하지요. 보통 문갑은 사랑방에서 쓰이는데 선비취향에 맞게 검소하게 꾸며지지만 여성들은 안방에서 꾸밈이 화려한 문갑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 문갑도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습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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