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빛깔있는 경복궁 경회루의 봄밤은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초록, 파랑, 빨강, 분홍 따위의 조명으로 아름다운 환상 세계에 빠져 드는 듯 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야말로 딱 좋은 봄밤 공연이 있었던 어제 2일 저녁 8시, 경복궁 경회루 앞은 야간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찼다.
어제 공연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에서 다양한 궁중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제3회 궁중문화축전」의 하나로 지난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행사 가운데 하나다.
제3회 궁중문화축전에는 궁중문화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의례‧전시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특히, 올해는 1897년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기념하여 덕수궁에서 대한제국을 만나볼 수 있는 등 각 궁궐마다 볼거리, 즐길거리 들이 그득하다.
이번 축전에는 아름다운 궁궐을 배경으로 한 다채로운 선율의 음악이 많이 마련되어 있는데 어제 공연은 ‘경회루 야간음악회’(4.30.~5.5./5.7. 경복궁 경회루)로 KBS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이 있었다.
소리꾼 남상일의 고장난 벽시계, 사랑가, 진도아리랑, 이광수의 비나리, 최명화의 생황협주곡 풍향, 안은경의 해금연주 그리고 정정아의 목포의 눈물과 눈물젖은 두만강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봄밤 경회루를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KBS국악관현악단은 1985년 5월 한국음악의 대중화, 현대화, 생활화를 목표로 창단되어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관현악단으로 이번 “제3회 궁중문화축전”에서도 유감없는 실력을 보여줘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다만 경회루 공연을 보면서 아쉬운 것은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해자(도랑)를 사이에 두는 바람에 너무 멀어 거짓말 보태서 개미만한 모습으로 밖에 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경회루 양쪽에 대형 임시 스크린을 만들어 출연자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공연 때만 잠시 대형 스크린을 세웠다가 치우면 되니까 궁궐의 손상이나 품위 훼손과는 무관한 일일 듯하다. 또한 외국인들도 많이 참석하니 스크린에 영어 자막이라도 넣어 준다면 경회루 궁궐잔치가 ‘우리만의 잔치’가 아니라 세계인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회루 야간 음악회 안내>
5월 3일,4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사람과 풍경의 변주”
5월 5일,7일: 국립국악원 “오얏꽃 피울 적에”
경복궁ㆍ창경궁 야간 특별관람 관람권은 ‘옥션 티켓’과 ‘인터파크 티켓’에서 구입할 수 있다. 궁중문화축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궁중문화축전 누리집(www.royalculturefestiva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