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쪽박
[뜻] 작은 바가지
[보기월] 그거 한다고 얻는 것도 없고 안 한다고 쪽박을 찰 일도 없는데 왜 그렇게 매달리느냐고 말입니다.
다들 일이 많아서 바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일이 적은 게 아니지요. 그런데 제가 토박이말 일에 힘을 쏟는 걸 보며 옆에 사람이 묻습니다. 그거 한다고 얻는 것도 없고 안 한다고 쪽박을 찰 일도 없는데 왜 그렇게 매달리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면 저는 힘주어 말합니다. 이걸 못 살리면 우리 앞날은 없다고 말입니다.^^
나라 일도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서 무엇부터 어떻게 챙겨야 할지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슬기를 모으고 있겠지요. 그래서 앞뒤 차례를 매기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쪽 일을 먼저 챙기기 마련일 것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두고 잘 모르는 제가 봐도 고쳐야 될 게 보이는데 다들 저보다 나으신 분들이니 얼마나 많이 보이실까 싶기도 합니다.
지난 달에 아이들한테 안 좋은 일을 겪은 게 있었는지 알아보는 걸 한 달 가까이 했습니다. 슬기틀을 써서 하면서 이름을 밝히지 말고 마음 놓고 있었던 일을 써 보라고 했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든 풀그림(프로그램)으로 알아봤는데 그런 적이 있다고 한 아이가 나오니 그 아이가 누군지 종이로 물어서 알아낸 다음 알맞은 도움을 주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하는 데 얼마나 깊은 뜻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두 벌 일을 하기보다는 처음 물을 때 이름을 밝히라고 하고 그 열매를 보고 바로 도움을 주면 더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얼른 들었습니다. 일을 줄일 수 있는 쪽으로 슬기를 모아 보면 좋겠습니다.
쪽박은 작은 바가지를 뜻하는데 옛날에 거지들이 이걸 차고 다녀서 '쪽박을 차다'는 말은 '거지가 되다'는 뜻이 되었을 것입니다. '쪽박을 깨다'는 '일을 그르치다'는 뜻이랍니다.
-동자승은 우물 옆에 있던 쪽박에 물을 떠서 나그네에게 건넸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분이가 상기된 얼굴로 달려와서 수줍은 듯 고구마가 든 쪽박을 내밀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장길이는 쪽박에다 물을 따라 꿀꺽꿀꺽 들이켜고 일어난다.(이무영, 농민)
4350. 5. 18.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