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여기를 자세히 보십시오. 불감(佛龕, 부처를 모신 작은 집)이 열리면 가운데는 석가불 좌상이 있고 좌우에는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과 사자를 탄 문수보살을 볼 수 있습니다. 국보 제42호로 지정되어 있는 송광사 소장 목조삼존불감은 크기가 작아 운반하기 편리해서 아마 당에서 귀국하는 승려나 상인들 손에 의해 우리나라로 가져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윤수웅(76살) 문화해설사의 말이다. 어제(27일) 광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 전을 보러 찾은 전시장에서 윤수웅 해설사는 관람객이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을 콕 짚어 해박한 지식과 함께 많은 설명을 해주었다. 높이 14.5 센티의 국보 제42호 <목조삼존불감>(송광사성보박물관 소장)은 디지털화하여 전시장 입구 가운데에 설치해두었는데 윤수웅 해설사의 해설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뻔한 귀중한 유물이었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송의정)은 지난 8월 15일부터 10월 22일까지 특별전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신라 하대 구산선문의 개창과 함께 그 중심에 있었던 호남지역 산문의 귀중한 성보문화재들을 한데 모아 처음으로 선보이는 뜻 깊은 자리다.
특히 1,200여년전 신라의 승려들이 당나라로 건너가 선종과 마주하며 그 깨달음을 신라로 가져와 아홉 개의 큰 산문 곧 구산선문(九山禪門)을 여는데 호남지역이 선종불교의 중심이 되었던 역사적 흐름을 알기 쉽게 된 설명해 놓은 것이 인상 깊었다.
뿐만아니라 곡성 태안사에 소장되어 있는 보물 제956호 <청동대바라>를 비롯한 보물 7점과 도지정문화재 9점 등 모두 300여 점이 넘는 구산선문 관련 성보문화재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불교 전문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전시라고 생각된다.
특히 주목할 것은 하버드대학교 옌칭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신라국무주가지산보림사사적>이 국내와 일반에 처음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라국무주가지산보림사사적>은 1457년~1464년에 만든 것으로 국내에 전해지는 사적기가 대부분 조선 후기 것임을 고려하면 제작시기가 이른 편이며, 보존상태도 매우 양호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보 제42호 <송광사 목조삼존불감>과 국보 제117호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4면홀로그램’ 기술과 ‘프로젝션 매핑(미디어 파사드)’기술로 개발하여 전시하고 있는 점이 신선했다. 높이 280cm가 넘는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의 경우 실물 크기로 구현한 철불의 모습을 전시실 내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선(禪), 마음에서 마음으로(以心傳心)’전시에서는 선의 가르침을 하나의 종파로 새롭게 발전시킨 달마대사를 그린 불화와 선종 관련 대표 불서(佛書)를 만날 수 있으며 1부 ‘구산선문이 열리다’에서는 당나라에 다녀온 신라의 승려들과 그들을 후원한 장보고 선단, 구산선문의 개창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2부의 ‘호남지역, 구산선문의 중심에 서다’에서는 구산선문의 중심에 있었던 호남지역의 세 선문, 남원 실상사와 장흥 보림사, 곡성 태안사의 진귀한 성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태안사에 소장되어 있는 지름 90cm가 넘는 대형 바라(보물 제956호) 등도 볼만하다.
3부 ‘선맥이 이어지다’에서는 <고봉국사 불감> 등의 전시품을 통해 선맥을 계승한 선사들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4부 ‘선과 차는 하나’에서는 선종과 차문화에 관계된 유물을 비롯하여 다선일여(茶禪一如)의 정신에 정점을 찍은 초의선사와 관련된 전시품들을 전시한다. 이번 특별전은 구산선문의 역사와 선맥의 계승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진귀한 기회이다.
“호남지역이 구산선문의 중심에 서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특히 신라 하대에 꽃을 피워 고려로 그 법통이 이어져 정혜결사를 주도한 보조국사를 비롯한 16국사가 배출되었다는 사실도 새로웠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있어 불교 관련 전시장을 자주 찾지만 호남지역의 구산선문을 중심으로 한 선승들과 그 선맥을 이는 법통에 관한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는 이번 전시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의 설명 따위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글 전용으로 풀이하고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
조중훈(효자동, 41살) 씨는 주말을 맞이하여 어린 아들과 전시장을 찾았다면서 이번 전시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거친 풀들 뽑으려 서둘러 찾아 나섰다 / 산 속 길은 갈수록 깊어만 가네 / 몇 번을 둘러봐도 길은 보이지 않고 / 해질녘 원숭이 매미 소리만 들려오네.” 전시장 끝 부분에 <심우도>를 전시한 벽면에 걸린 선시(禪詩)가 전시장을 나와서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번 전시는 ‘마음이 곧 부처’라고 외친 선승들의 삶과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유익한 전시였다.
“마음이 곧 부처” <전시안내>
8월 15일- 10월 22, 국립광주박물관, 062-570-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