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선문의 중심 호남 선맥을 잇는 "마음이 곧 부처" 전

  • 등록 2017.08.28 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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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여기를 자세히 보십시오. 불감(佛龕, 부처를 모신 작은 집)이 열리면 가운데는 석가불 좌상이 있고 좌우에는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과 사자를 탄 문수보살을 볼 수 있습니다. 국보 제42호로 지정되어 있는  송광사 소장 목조삼존불감은 크기가 작아 운반하기 편리해서 아마 당에서 귀국하는 승려나 상인들 손에 의해 우리나라로 가져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 국보 제42호 <목조삼존불감>을 디지털화하여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국보 제42<목조삼존불감>을 디지털화하여 동영상으로 상세히 보여주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윤수웅(76) 문화해설사의 말이다. 어제(27) 광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 전을 보러 찾은 전시장에서 윤수웅 해설사는 관람객이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을 콕 짚어 해박한 지식과 함께 많은 설명을 해주었다. 높이 14.5 센티의 국보 제42<목조삼존불감>(송광사성보박물관 소장)은 디지털화하여 전시장 입구 가운데에 설치해두었는데 윤수웅 해설사의 해설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뻔한 귀중한 유물이었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송의정)은 지난 815일부터 1022일까지 특별전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신라 하대 구산선문의 개창과 함께 그 중심에 있었던 호남지역 산문의 귀중한 성보문화재들을 한데 모아 처음으로 선보이는 뜻 깊은 자리다.

 

특히 1,200여년전 신라의 승려들이 당나라로 건너가 선종과 마주하며 그 깨달음을 신라로 가져와 아홉 개의 큰 산문 곧 구산선문(九山禪門)을 여는데 호남지역이 선종불교의 중심이 되었던 역사적 흐름을 알기 쉽게 된 설명해 놓은 것이 인상 깊었다.


 



뿐만아니라 곡성 태안사에 소장되어 있는 보물 제956<청동대바라>를 비롯한 보물 7점과 도지정문화재 9점 등 모두 300여 점이 넘는 구산선문 관련 성보문화재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불교 전문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전시라고 생각된다.

 

특히 주목할 것은 하버드대학교 옌칭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신라국무주가지산보림사사적>이 국내와 일반에 처음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라국무주가지산보림사사적>1457~1464년에 만든 것으로 국내에 전해지는 사적기가 대부분 조선 후기 것임을 고려하면 제작시기가 이른 편이며, 보존상태도 매우 양호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보 제42<송광사 목조삼존불감>과 국보 제117<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4면홀로그램기술과 프로젝션 매핑(미디어 파사드)’기술로 개발하여 전시하고 있는 점이 신선했다. 높이 280cm가 넘는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의 경우 실물 크기로 구현한 철불의 모습을 전시실 내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 마음에서 마음으로(以心傳心)’전시에서는 선의 가르침을 하나의 종파로 새롭게 발전시킨 달마대사를 그린 불화와 선종 관련 대표 불서(佛書)를 만날 수 있으며 1구산선문이 열리다에서는 당나라에 다녀온 신라의 승려들과 그들을 후원한 장보고 선단, 구산선문의 개창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2부호남지역, 구산선문의 중심에 서다에서는 구산선문의 중심에 있었던 호남지역의 세 선문, 남원 실상사와 장흥 보림사, 곡성 태안사의 진귀한 성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태안사에 소장되어 있는 지름 90cm가 넘는 대형 바라(보물 제956) 등도 볼만하다.

 

3선맥이 이어지다에서는 <고봉국사 불감> 등의 전시품을 통해 선맥을 계승한 선사들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4선과 차는 하나에서는 선종과 차문화에 관계된 유물을 비롯하여 다선일여(茶禪一如)의 정신에 정점을 찍은 초의선사와 관련된 전시품들을 전시한다. 이번 특별전은 구산선문의 역사와 선맥의 계승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진귀한 기회이다.

 

호남지역이 구산선문의 중심에 서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특히 신라 하대에 꽃을 피워 고려로 그 법통이 이어져 정혜결사를 주도한 보조국사를 비롯한 16국사가 배출되었다는 사실도 새로웠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있어 불교 관련 전시장을 자주 찾지만 호남지역의 구산선문을 중심으로 한 선승들과 그 선맥을 이는 법통에 관한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는 이번 전시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의 설명 따위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글 전용으로 풀이하고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


   



조중훈(효자동, 41) 씨는 주말을 맞이하여 어린 아들과 전시장을 찾았다면서 이번 전시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거친 풀들 뽑으려 서둘러 찾아 나섰다 / 산 속 길은 갈수록 깊어만 가네 / 몇 번을 둘러봐도 길은 보이지 않고 / 해질녘 원숭이 매미 소리만 들려오네.” 전시장 끝 부분에 <심우도>를 전시한 벽면에 걸린 선시(禪詩)가 전시장을 나와서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번 전시는 마음이 곧 부처라고 외친 선승들의 삶과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유익한 전시였다.

      

마음이 곧 부처” <전시안내>

815- 1022, 국립광주박물관, 062-570-7000

 

전수희 기자 rhsls6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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