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하나로 붓을 놀린 화가 최북의 “풍설야귀인”

  • 등록 2018.02.26 23: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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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76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최북이 장안에서 그림을 팔고 있는데 / 평생 오두막 한 칸에 사방 벽이 비었구나 / 문 닫고 온종일 산수를 그리고 있으니 / 유리 안경 하나에 나무 필통 하나뿐이구나.” 이는 조선 후기의 문인 신광수(申光洙:1712-1775)가 쓴 <최북을 노래함(崔北歌)>인데 강세황과 더불어 심사정정선 다음의 대가로 손꼽혔던 최북(崔北)의 어려운 사정을 잘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팔아 살았던 생계형 화가였기에 스스로 자신의 호를 붓으로 먹고 산다는 뜻의 호생관(毫生館)’이라 했던 최북입니다. 그는 안경을 썼지만 한쪽 눈이 먼 외눈박이인데 자의식이 무척이나 강했던 그가 어쭙잖은 양반이 그림을 강요하자 자신의 눈을 찔러 외눈박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최북(崔北)은 자신의 이름 ()’을 파자(破字)하여 칠칠(七七)’이라 불렀지만 술 석 잔이 들어가면 두려울 것도 거칠 것도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는 어느 눈보라치는 겨울 날, 며칠 굶다 그림을 팔아 술을 마시고, 성곽 밑에서 얼어 죽었다고 합니다. 그의 그림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을 보면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밤 지팡이를 든 나그네가 거센 눈보라를 온 몸으로 맞으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자신이 살았을 때에 대접받지 못한다는데 그림 속의 나그네는 어쩌면 최북 자신일지 모릅니다. 이 그림은 지두화(指頭畵) 곧 붓 대신 손가락으로 그린 특이한 그림으로 어쩌면 자신의 처절한 신세를 온몸으로 표현한 것인지 모릅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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