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진”이란 것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다시 말하면 물체로부터 오는 빛을 사진기 렌즈로 모아 필름이나 건판 따위에 상을 맺도록 하여 이것을 다시 현상액으로 음화(陰畫)를 만들고 이를 인화지에 양화(陽畫)로 바꿔내 사람들이오랫동안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의 사진이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 멈춰 있다고 하여 정사진(停寫眞, still photograph)이라고 하며 이에 견주어 움직이는 영상물 곧 동영상도 있다. 그런데 여기 일반적인 정사진과는 다른 “입체사진(立體寫眞)”이란 것도 있다. 지금 사람들에겐 생소한 이 입체사진은 원근감에 의해 입체적으로 떠올라 보이는 사진이란 것인데 두 눈의 간격으로 인해 뇌가 인식하는 원근감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사진이다. 6.5~7㎝의 간격을 두고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입체경을 통해 두 눈이 각각의 이미지를 볼 수 있게 하여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1851년 런던의 만국박람회에서 소개된 입체경은 대중들을 매료시켰고 1860~90년대의 서구사회는 입체사진의 열풍에 휩싸인다.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상업적 대성공은 대형입체사진 제작사를 설립하게 하였고 대상과 주제가 다양한 입체사진의 제작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입체사진은 러일전쟁을 전후하여 미국, 호주, 일본 등지에서 제작된 것으로 주로 1904년을 전후로 촬영・제작되었다.
이제 그 생소한 입체사진 그것도 서울 풍경을 중심으로 한 입체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에서는 ‘1904 입체사진으로 본 서울풍경’전(展)을 오는 4월 8일(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이 무렵의 서울은 멀리서 보면 한양도성이 보이고 그 안과 밖은 초가와 기와지붕이 가득한 전통적인 경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대한제국 선포 이후 고종이 추진한 각종의 개혁과 근대화 정책의 산물도 함께 하고 있어 전차가 고색창연한 성문을 통과하는 것과 같은 극적인 모습도 존재하고 있었다.
“ 서울은 과거와 현대, 아시아 특유의 원초적인 모습과 세계적인 변화 사이의 급격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었다.” 1901년 6월 조선에 와 ‘긍정의 눈’으로 보선을 바라본 독일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가 《한국–여행스케치》 에 한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촬영지점이 확인되는 사진들은 1902년의 지도 위에 놓아 그 위치를 살펴볼 수 있게 하였고, 그 사진들에 입체경의 원리를 적용한 렌즈케이스를 씌워 당시 사람들이 입체사진을 관람하였던 방식 그대로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하였다.
또한 입체사진의 뒷면에 설명이 있는 사진들을 위주로 선정된 사진을 확대하여 전시하였는데 이 사진 속의 서울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보고, 해당 입체사진의 뒷면에 기재된 이방인들의 설명도 볼 수 있게 전시하였다. 이 설명문은 다소 오류가 확인되지만 그들의 시선을 가감 없이 살펴보기 위해 여과 없이 전문을 전시하였다.
특히, 1904년 무렵의 서울을 대형의 3D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입체사진을 애너글리프(Anagliph) 방식으로 변환하여 적청안경을 쓰고 즐길 수 있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1912년에 촬영된 서울 동영상도 대형화면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 애너글리프 방식 : 적청방식이라고도 하는 이 방식은 인간의 두 눈에 나타나는 시차를 이용하여 왼쪽 눈으로 들어온 장면은 붉은색으로, 오른쪽 눈으로 본 장면은 푸른색으로 형성한 다음 이를 겹쳐 스크린에 투영하는 것이다. 이를 적청안경을 쓰고 보면 붉은 필터는 붉은 이미지를 감추고 푸른 이미지만 보이게 하며 푸른필터는 붉은 이미지만 보이게 하여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적청안경을 쓰고 입체사진과 1912년 서울 영상의 장면으로 들어가 생생한 과거의 풍경을 만나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8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 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아침 9시부터 밤 8시, 토・일・공휴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3월부터는 7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www.museum.seoul.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724-0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