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이순신의 제국에 반드시 필요한 선봉장일세!

2018.10.13 11:27:29

소설 이순신의 나라 3 '의리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무라야마는 중얼거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동쪽으로부터 활활 타오르는 태양의 불길이 장엄하게 바다를 뒤엎으며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바다 전체가 햇빛으로 출렁이는 광경은 황홀하였다.

“봐라,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사야가 김충선은 준사를 품에 안고 가덕도의 산마루에서 동이 트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준사의 두 눈은 붉게 충혈 되어 금방이라도 피눈물을 흘려 내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살아야 한다는 건가?”

김충선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만일 구루시마가 너의 두 눈을 상하게 했다면 오늘 이런 감격스러운 해돋이를 마주할 수 있었겠냐? 두 다리 쯤은 던져줘도 더 소중한 생명은 건진 것이니까.”

“위로가 되지 않아. 난 이제 병신이 되었다.”

김충선은 바위에 비스듬히 준사를 앉혔다.

 

 

“저 아래 해안에 너의 원수가 되어버린 구루시마가 있다. 그는 우리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방금 전 두 대의 세키부네를 부산 앞바다로 출항 시켰다. 아마 구루시마와 같이 영악한 전술가라면 금방 자신의 실수를 눈치 채고 가덕도 내륙으로 군사를 파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충선은 무라야마에게 부산으로 방향을 잡은 것처럼 위장하고 실제로는 포작선을 우회하여 다시 가덕도로 잠입한 것이었다. 김충선은 잠시 무라야마를 떠올리면서 중얼거렸다.

“애초부터 비굴했던 자를 난 신뢰하지 않는다.”

“왜적이란......신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

“하지만 우리도 왜적이었다.”

“그렇지. 왜적이 문제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이겠지. 사람의 품성.”

김충선이 준사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을 갖다 대었다.

“바로 그것이다. 구루시마도, 너도, 두 다리를 상실했다. 그런데 지금 구루시마는 어찌하고 있냐? 복수의 집념으로 다시 나고야의 대 함대를 이끌고 왔다. 그는 총대장으로 조선의 함대를 궤멸시키기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

 

김충선의 지적은 사실이었다. 문득 준사는 어이없게 나약해진 자신을 돌아보며 쓴 입맛을 다셨다.

“인정해.”

“준사, 난 네가 살아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대업을 이루어야 할 자네가 나로 인해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다니!”

김충선은 준사의 손을 뜨겁게 움켜잡았다.

“우리의 대업은 너무 원대하네. 세 개의 하늘을 도모해야 하지. 그러기 위해서는 단 한 명의 인재라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게. 준사, 자네는 이순신의 제국에 반드시 필요한 선봉장일세.”

준사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그런 감정의 격류가 노도처럼 내 자신을 누비고 있을 때가 있었지. 그래서 명량에서 우리는 승리할 수 있었어. 결코 우연이 아니었지.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내 한 몸도 지탱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대업에 참여할 수가 있겠는가? 나는 이제 밥벌레에 불과하게 될 걸세. 방해꾼만 될 것이야.”

“구루시마 앞이라도 그렇게 패배자로의 변명만 늘어놓을 셈인가?”

“구루시마가 내 앞에 존재한다면 이런 무기력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

 

유광남 작가 ykncf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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