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라는 말

2019.05.08 11:23:18

석화대표시 감상과 해설 48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우리말, 우리라는 말

 

 

          맑은 물결이

          조약돌사이로 굴러가는 소리와

          부리 고운 산새

          서로 친구들을 부르는 소리와

          얄포름한 꽃잎이

          파르르 입술을 여는 소리와

          아름답고 신비한 모든 소리들이 모여

          하나로 울려퍼지는

          우리말

 

          어머니의 품속에서

          숨결로 이어지고

          아버지의 눈빛을 거쳐

          온 세상 만물을 이름 지으며

          해

          달

          별

          천만년을 이어온

          그 빛발과 같이

          또다시 천년만년을 이어갈

          우리말

 

          현애절벽*이면

          막아선다더냐

          만경창파라면

          막아낸다더냐

          몇 가닥 철사줄이야

          또 어찌 막는다 하더냐

 

          하나의 핏줄 속에

          굽이쳐오면서

          두만강 대동강 한강을 다 합하여

          백두의 폭포수로 쾅쾅 쏟아질 줄도 아는

          우리말

          고개 높이 들어

          저 먼 곳을 바라보며

          한가슴에 응어리진

          내 넋과 내 혼을 다하여

          “하아 느으을—” 불러보면

          끝없는 하늘처럼 아득히

          푸르게 푸르게 펼쳐져가는

          우리말

 

          우리말

          우리라는 말 한마디에

          그대와 나

          눈빛이 먼저 밝아지고

          가슴이 벌써 뜨거워지는

          우리는

          우리라는 말속의 우리—

 

          아 고마워라

          우리말—

          우리라는 말을 주신

          하늘이여

          하늘이여

 

                                       - 《 천지 》 1994년 제11호

 

* 현애절벽(懸崖絕壁) : 바위가 깎아 세운 것처럼 아주 높이 솟아 있는 험한 낭떠러지

 

 

 

 

 

< 해 설 >

 

석화는 조선어(한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으로 그의 “우리말”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이는 우리말을 주제로 시 “우리말, 우리라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석화의 시는 조선족의 역사와 문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가족, 이웃, 농경사회의 공동체, 그리고 연변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자기인식은 그 공동체 속에서의 자기인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가치관과 윤리의식도 그 공동체와 이어져 있다. 물론 그는 자신이 조선족이지만 중국 국민의 일원이며 “각 종족이 서로 언어는 다르지만 중국이라는 한배를 탄 시민”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다.(중국의 장강 하류를 여행하면서 쓴 작품 "한배를 타고"에 특히 그런 시민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그의 시가 그의 생활의 근거지인 중국 동북지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경험과 조선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시문학은 중국의 공용어문학과는 다른, 그 나름의 지역성을 강하게 띤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공동체의 일상 생황에 바탕을 둔 서정시, 농경사회적 상상력, 휴머니즘의 옹호 등은 그의 시의 중요한 특성이다. [서준섭(한국 강원대학) <중국 조선족 시인 석화 시의 서정성과 지역성>에서]

 

 

 

석화 시인 2083152495@qq.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