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강릉신복사터 삼층석탑
- 이 달 균
누가 고려를 저문 왕조라 했나
북쪽엔 금당지 좌우측엔 회랑지
이 가람 흔적에 기대어 고려를 듣는다
황급히 옷깃 적시고 떠난 여우비도
하늘을 걸어와 사라지는 무지개도
해묵은 고려를 잠시 펼쳐 보인 것이리
탑 찾아 다니다 보면 의외로 지역민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땐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는 게 상책이다. 정작 근처 마을 사람들도 모르는 것을 내비게이션이 아는 것을 보면 한국 정보통신(IT)산업의 척도를 알 수 있다.
그렇게 찾아간 신복사터탑은 화려함보다는 범박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낮은 산릉이 내려와 가지런한 솔숲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먼저 탑 앞에 배치된 보살상에 눈길이 간다. 손은 가지런히 모았는데 원통형의 커다란 관을 쓴 채 왼 무릎은 세우고 오른 무릎은 꿇어앉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앉음새에 따라 흘러내린 옷의 주름이 자연스럽다. 가람을 짓고 탑을 세운 고려인들의 기원이 간절했겠지만 탑과 보살상을 만든 석공의 노고가 그려진다. 연꽃 모양을 한 탑 상륜부를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 기단과 몸돌 각층 밑엔 고임돌을 넣어 안정감 있게 배치하였다.(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