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인근 주민의 코에서 검출된 녹조 독소

  • 등록 2025.06.14 1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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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문제점 알아보기 1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1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명박 정부에서 22조 원의 예산을 들여 2011년 10월에 준공한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2017년 5월에 시작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의 반대 의견, 그리고 4대강 인접 지역 주민의 반대 여론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보 16개 가운데서 일부 보의 수문을 열어두는 실험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3개 보의 해체를 결정했으나 실행되지는 못하였다.

 

2022년 5월에 시작된 윤석열 정부에서는 16개 보를 철거하지 않고 유지하는 정책으로 되돌아갔다. 2025년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는 다시 4대강 재자원화를 공약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국민 여론을 중시하는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을 고려한다면 4대강 16개 보의 운명은 여전히 불안한 영역에 있다고 생각된다.

 

대다수 국민이 4대강의 16개 보 철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국민주권정부에서도 16개 보는 철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 대부분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서울과 경기도) 주민들은 4대강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관심이 없다. 4대강 준공식은 14년 전의 일로서 대부분 국민의 기억에는 먼 과거의 일이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한창 정국이 요동치던 2025년 2월 3일, 환경단체와 학계의 공동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자 회견의 내용은 독약의 대명사인 청산가리보다도 더 독성이 강한 녹조 독소가 낙동강 인근 주민의 코에서 검출되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낙동강 중ㆍ하류에 살고 있는 주민 97명을 2024년 8월에 조사한 결과 46명(47.4%)의 코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뉴스타파와 오마이뉴스, 그리고 MBCㆍSBSㆍ연합뉴스ㆍ경남도민일보 등에서는 이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였다. 그러나 보수 언론과 경제신문에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보수 언론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낙동강 유역 대부분 주민은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녹조독소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고 건강과 안전의 문제인데도 많은 주민들이 진영 논리에 휩싸여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은 예전의 낙동강이 아니다. 강물이 흐르고 양쪽에 모래밭이 있던 낙동강은 사라지고 물이 정체된 8개의 호수가 연결되어 있다. 호수가 만들어지고 물이 정체되자 해마다 여름이면 녹조가 발생하여 호수는 녹색으로 변한다. 4대강 사업이 잘못되었다면, 제일 먼저 피해를 당할 사람들은 낙동강 유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낙동강에서 3.7 km 떨어진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실내 공기에서 미국 기준보다 47배나 많은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는 부경대ㆍ창원대 연구진의 발표가 2023년에 보도되었지만, 낙동강 주민들은 동요되지 않았다.

 

필자가 보기에 낙동강 주민의 코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는 사건은 국민 보건과 안전 측면에서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고 부를만한 큰 사건이다.

 

2006년에 처음 환자가 발견되고 18년이 지난 2024년 말까지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5,846명이며 사망자는 1,860명이다. 민간 연구진은 건강에 이상이 온 피해자는 약 67만 명, 사망자는 14,000명~3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 연구진 사이에 피해자 통계가 크게 어긋나는 것은 피해 인정 기준의 차이 그리고 피해 신고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사망자는 304명이었고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9명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1,860명은 숫자로 보면 초대형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에서는 피해가 순식간에 나타나고 피해 현장이 텔레비전으로 생생하게 중계되었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공간적으로는 여러 곳에서, 그리고 시간적으로는 서서히 나타났기 때문에 국민에게 충격을 주지 못한 것 같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약 반절에 해당하는 낙동강 주민의 코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는 보도는 한번 듣고 그냥 넘길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녹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가까운 시일 내에 사망자가 나타날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첫 사망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낙동강 주민들은 침묵을 지킬 것인가? 행동하지 않고 계속해서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안타깝기만 하다. 녹조 현상은 낙동강에서 가장 심각하지만, 낙동강에 이어서 금강과 영산강에서도 녹조 독소가 검출될 것으로 필자는 염려된다.
 

 

한겨레 보도(2015/7/21)에 따르면, 부모 따라 나라 밖에서 머물다가 12년 만에 부산으로 귀국한 한 아이가 낙동강을 보면서 “아빠, 강이 왜 초록색이야?”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아이 눈에 비친 녹색의 강은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소수의 환경운동가를 제외하고 왜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해마다 발생하는 녹조 문제에 대해서 침묵할까?

 

필자 추측으로는 주민들이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신문과 경제신문들은 4대강 사업을 찬성하였다. 보수 언론에서는 낙동강의 녹조 문제를 보도하지 않는다. 지금도 보수 언론들은 4대강 사업을 찬성했던 소수 학자의 잘못된 주장만을 계속해서 보도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우리는 극우 유튜버들이 어떻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국민을 오도하는지를 똑똑히 보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정 보도를 하지 않고 왜곡 보도를 하는 언론이 문제인 것이다.

 

4대강 사업의 목적은 1) 수질 개선 2) 홍수 방지 3) 가뭄 해결 4) 지역 발전 등 네 가지였다. 만일 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하였으나, 홍수를 방지하고 가뭄을 해결하고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다른 3가지는 성공하였다면 필자가 4대강의 16개 보를 철거하자는 주장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4가지 목표 모두에서 실패하였다면 4대강 보는 마땅히 철거되어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4회에 걸쳐서 4대강 사업의 4가지 목적 달성 여부를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낙동강이 왜 초록색이냐?”라고 물은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려고 한다.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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