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과거 구파발 금성당에서는 일 년 내내 연중행사들이 행해졌었다.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이어졌던 ‘홍수[橫數]맥이’를 시작으로, 잎 돋고 꽃 피는 이월 개춘(開春) 맞이, 삼월 삼짇날 화전(花煎) 천신(薦新, 새로 난 과실과 곡식을 신령께 올리는 의례), 사월 파일 연등 맞이, 오월 오 일 단오 맞이, 유월 유두 햇밀 천신, 칠월 칠일 칠석 맞이, 팔월 한가위 만조상 맞이, 구월 구일(重九) 맞이, 시월 상달 무시루 고사 정성, 동짓달 팥 동지 맞이, 섣달 만동(晩冬) 맞이 등 끊이질 않았다.
때때로 들어오는 왕실 새남을 비롯한 민중들의 지노귀굿, 재수굿 그리고 만신네 맞이와 신굿 등의 의례들도 베풀어졌었다. 금성당은 ‘물고’ 내렸던 당으로도 유명하다. 만신이 맞이를 하려면 사전에 금성당을 방문하여 금성대왕께 절을 올리고 신내림을 받아야 했다.
만신이 준비해 온 생미, 신주, 포, 육찬 그리고 신전(神錢)을 대왕님 전에 놓고 절을 올리고 공수를 내리면 당에서 ‘물고 종이’(번양[본향]지라고도 함, 양 양손에 하나씩 들 수 있도록 두 개의 하얀 한지를 삼각형의 ‘山’ 모형으로 접은 종이)에 인(印)을 내려준다. 이것을 가져가 굿청 왼쪽 상단에 걸어 두었다가 제당맞이를 때 양손으로 하나씩 나눠 잡고 쳐들어서 금성당 쪽을 바라보고 금성대왕신을 내린다.
구파발 금성당에서는 무엇보다도 금성대왕 탄신일인 음력 3월 24일 치러지는 금성당제가 가장 큰 행사로 꼽혔다. 이 제례는 조선왕실에서 재정적 후원을 하고 지역 대동이 동참하여 추렴한다. 당에서는 제물을 장만하고 장안의 유명 만신과 전악(典樂, 궁중음악에서 저, 피리, 해금 따위 여러 악기를 다루는 악사)을 초청한다.
의례 목적은 나라의 국태민안, 왕실의 무병장수, 마을의 대동단결, 지역민의 부귀영화이다. 구파발 금성당제는 새벽닭이 울자마자 시작하여 당일 밤 자정까지 행해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금성당 일대가 뉴타운으로 탈바꿈되었고, 거주민들의 신앙형태 또한 변화되었다. 그래서 아침 10시에 시작하여 저녁 5시 전까지 행한다. 그래서 의례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당제 순서도 행사에 참여하는 귀빈 축사와 인사말 등을 하게 되므로 앞뒤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적 의례는 옛 전통을 따라 행해지고 있는데 그 순서와 내용을 다음과 같다.
1. 주당 물림 - 쇳소리와 가죽 소리를 울려 해로운 기운을 없애고 신성한 곳이 되도록 정화한다.
2. 터울림 - 풍물패가 풍악을 울리면서 마을과 금성당 주변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면서 당제 시작을 알린다.
3. 황토 물림 - 금성당 출입구 및 담장, 네 귀퉁이를 돌며 황토를 뿌려 좋지 못한 해로운 액의 유입을 막는다.
4. 앉은부청청배 - 모든 부정을 가시고 금성당제 연유를 고한다.
5. 앉은가망청배 - 가망님을 위시한 금성당제에서 모셔질 모든 신령을 모신다.
6. 이말산 궁인맞이 - 금성당ㆍ샤머니즘박물관 관장, 주무와 만신 그리고 악사 등이 깃발을 앞세워 길군악을 울리며 줄지어 이말산으로 올라가 궁인들 혼을 맞이한다. 궁인을 모시고 금성당으로 내려와 궁인 맞이를 하여 굿청에 좌정시킨다.
7. 금줄 치기 - 이말산 궁인들 혼을 맞아 당으로 들어오면서, 당 출입문 상단에 처져 있는 왼 새끼줄에 하얀 한지로 된 길지(吉紙)를 꽂는다. 이를 인줄(人-)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영(靈)이 머무는 성(聖)스러운 의례 공간과 인(人)이 거동하는 속(俗)스러운 삶 공간을 구분하는 경계선이다. 이곳에 금줄을 쳐서 이쪽에서 저쪽 또는 저쪽에서 이쪽을 넘나드는 인간에게 혹여라도 붙어 따라올지 모를 좋지 못한 해롭고 부정한 기운을 막거나 정화한다. 한편, 건축물 출입구에 금줄을 매달 음으로써 신의 영험이 깃들여 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8. 금성대군, 이말산 궁인, 물 건너 화주당 이회 장군을 모시는 유교식 제례 - 초헌관(初獻官) 양종승 금성당ㆍ샤머니즘박물관장과 금성당제보존회장, 아헌관(亞獻官) 전주이씨금성대군파종회 대표, 종헌관(終獻官) 은평구 진관동 주민대표로 구성된 헌관들이 유교식으로 금성대왕, 금성대군, 이말산 궁인, 화주당 이회 장군을 모시고 축문을 읽은 뒤 잔을 올린다. 제관과 만신들이 금성당 밖 서낭목 앞에서 소지를 올린다.
9. 금성대왕 거리 – 금성대왕을 모시고 놀리어 나라의 태평성대 시화연풍 지역민의 무병장수 부귀영화를 축원한다.
10. 제당 맞이 - 진관동 금성당과 관련된 망원동 금성당 및 월계동 금성당을 비롯한 물 건너 화주당, 선바위 국사당, 홍제동 할미당, 무악재 사신성황당, 박석고개 서낭당 등의 여러 당신(堂神)을 맞이한다.
11. 진적 - 금성당 신청에 모셔진 모든 신령님께 예를 갖춰 향을 피우고 잔을 올린 후 절을 한다.
12. 천궁불사 맞이 – 만세받이(무당이 굿을 할 때 한 사람이 소리하면 다른 사람이 따라서 같은 소리를 받아 하는 일)를 한 뒤, 불사전을 내려 불사ㆍ칠성 등을 모시고 은평구민 및 진관동 마을민의 명복을 축원한다.
13. 산 맞이 - 북한산신, 이말산신, 본향신 등 산신을 모신다.
14. 서낭굿 - 구파발 서낭, 진관동 서낭, 박석고개 서낭 등을 모시고 전염병을 막고 지역민의 대동단결과 무병장수를 발원한다.
15. 큰거리 - 맨 먼저 민족 시조 단군을 모신다. 이어서 고려 충신 최영장군을 비롯한 별상( 나라와 집안의 태평과 수복을 도와준다고 믿는 신), 신장(무력을 맡은 장수신), 대감 등을 모신다. 더불어 금성당 샤머니즘박물관에 봉안된 물 건너 화주당 이회장군도 모신다. 별상을 모실 때는 육친(소, 돼지, 닭)을 삼지창과 언월도에 꽂아 신에게 바치고, 신장을 모실 때는 오방신장기를 뽑는다. 이어 흥겨운 대감춤을 추고 창부타령을 부르면서 술과 안주로 군웅대감 몸주대감, 벼슬대감 등을 놀린다.
16. 무감 서기 - 금성당제보존회 회장을 비롯한 제관, 마을민, 참관자 등이 신복을 입고 신풀이, 흥풀이춤을 춘다.
17. 대신말명굿 - 금성당 역대 제관과 시봉자를 비롯한 당주, 만신, 악사등을 모시고 놀린다.
18. 군웅굿 - 홍철릭을 입고 홍 갓을 쓰고서 활과 화살로 군웅(무장신) 만수받이를 한 뒤 군웅춤을 추다가 군웅 공수를 내린다. 춤을 추면서 동서남북 사방으로 활을 쏘아 나쁜 액을 없앤다.
19. 제석굿 - 수명장수, 자손 점지, 곡물 생산을 담당하는 제석신을 모셔 놀린다.
20. 성주굿 - 아침 일찍 이말산에 올라가 동쪽으로 벋은 나무 대를 꺾어와서 하얀 한지로 예단을 입혀 신당 앞에 세워 둔 성주대를 내려서 안채에 좌정시킨다.
21. 창부굿 - 창부광대씨를 모시고 놀리면서 무당의 흥을 돋우며 일 년 열두 달 금성당 관련자 및 은평구민 각 가정이 평안토록 홍액(횡액)과 불운, 질병 등 삼재팔난을 모두 제살하고 무병장수를 축원한다.
22. 계면굿 - 굿 참관자에게 음복(飮福)을 위해 떡을 나누는 계면떡(또는 걸립떡)을 파는 굿이다. 계면할머니 또는 계면각시가 떡을 팔면서 가중마다 아들 나면 은명가사(恩命嘉事, 임금의 명으로 이루어진 진 경사)로 점지한 것이고 딸을 나면 은복가사(恩福嘉事, 임금으로부터 입은 복으로 이루어진 경사)로 점지한 것이라 하고, 부모는 천년수(千年壽), 자손은 만년수(萬年壽)라면서 축원한다.
23. 제당(諸堂) 배웅 - 모셔왔던 여러 당신(堂神)을 배웅한다.
24. 뒷전 - 당굿을 마무리하면서 굿청 밖의 걸립ㆍ잡귀ㆍ잡신ㆍ수비ㆍ영신 등을 먹여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