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첫 기일(忌日)
해 놓은 건 없어도
하루는 바쁘다
오늘도 해 놓을 것 없는 하루를 위해
뻑뻑한 셔터를 올린다
젖은 솜 물 빠지듯
반나절이 지나야 몸놀림이 좀 쉬워지지만
행여라도 누군가 올까 하여
소스를 끓이고 푸성귀를 씻는다
나중에라도 팔릴까 하여
산나물 다듬어 지 담그는 동안
몰래 해가 저물고
음악 마실 손님 기다리다
어느새 거품 같은 하루가 꺼진다
기대로 하루를 열고
허탈로 하루를 닫다 보면
한 달이라는 덧없음이 쌓이고
열 두 장의 덧없음이
딸아이 떠나던 날의 벚꽃을
다시 피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