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김제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 이 달 균
버려진 날들이 서럽다면 내게 오라
눈물이 켜켜이 쌓여 옹이진 돌이 되었다면
맨발로 홍예석문 지난 금산사에 들어라
탑은 왜 이 모양으로 오늘에 이르렀나
하단과 상부는 흰빛, 몸체돌은 검은빛
앞앞이 말 못 할 사연, 차라리 묻지나 말걸
아서라 하늘 둘 가진 이가 어디 있으랴
싸락눈 내리는 모악산 저문 산사
길 잃고 동무도 잃고 범종소리에 젖는다
금산사에 이른 시각은 늦은 오후, 절집으로 산 그림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마음이 그래서일까. 그림자마저 고색창연한 빛으로 다가온다. 그 어둠은 차츰 단아한 탑을 감싼다. 밝은 화강암으로 만든 사각형의 탑이 아니라 벼루를 제작하는 검은 빛의 점판암으로 만든 둥근 육각다층석탑이어서 정감을 더한다. 대부분의 탑이 그러하듯 이 탑도 사연이 많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나 원래는 금산사에 속한 봉천원에 있던 것을 현재의 대적광전 앞으로 옮겨 놓았다. 탑신은 각 층마다 몸돌이 있었으나 지금은 맨 위 2개 층에만 남아 있으며 상륜부 머리장식은 흰 화강암 조각을 올려놓아 썩 조화롭지 못하다. 삿갓이 없다고 모자를 씌운 격인데, 없으면 없는 대로 두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문외한인 나는 그런 생각으로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서 있었다.(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