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멸치 장수
그가 북평장에 온 건 꽤 오랜만이었다
장사가 시원찮아 쉬었는지
다른 장엘 다녔는지 알 수 없지만
걸걸한 호객 소리나
깎아 주는 체 받을 거 다 받는 너스레는 여전했다
그에게 달라진 게 하나 있기는 했다
본디부터 아내였는지
안 보이는 사이에 얻었는지 알 수 없지만
허리춤에 여인네를 하나
소문 없이 꿰차고 있었다
여인은 꼼짝도 안 하고 한 곳만 바라보거나
낚시 의자에 앉아 졸기만 했다
배냇병인지 살다가 탈이 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흥정 중에도 곁눈질로
여인네를 챙기곤 했다
무표정하기만 한 여인은
좋아서 따라왔는지
억지로 끌려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손길이
싫지는 않아 보였다
좌판 자리를 말끔히 비질하는 그가
다음 장에 또 올지 말지는
알 수 없지만
늘 다정히 보듬고 살기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