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망명에 앞장선 66세의 선비 백하 김대락

2020.12.15 11:31:20

유교문화에서 꽃피운 경북인의 독립운동 - ④
‘한국국학진흥원 -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독립운동 공동 홍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년 2021년은 만주 망명 110돌 되는 해다. 1910년 나라가 일제에게 빼앗기자 경북, 특히 안동지역에서는 유교 값어치를 몸소 실천하며 명망 있는 무수한 학자를 배출했던 많은 명문가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하기 위해 대거 만주 지역으로 망명하였다. 1911년 1월 초 무렵 만주로 갔던 고성이씨 문중의 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 집안이 대표적이다.

 

경북 출신들은 주로 서간도 지역에 정착하여 한인 동포사회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독립운동을 위한 인력ㆍ물자공급 기지 건설에 힘썼다. 이러한 독립운동의 길에 앞장선 이들로 이상룡, 일송(一松) 김동삼(金東三) 등이 있다.

 

이러한 만주 망명과 독립운동 기지 건설 등에 고령으로 동참하여 정신적으로 이들을 이끌었던 독립운동가 가운데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 내앞마을 출신 의성김씨 백하(白下) 김대락(金大洛, 1845~1914) 선생이 있다.

 

김대락 선생은 본관은 의성, 자는 중언(中彦), 호는 비서(賁西)로 ‘백하’는 그가 만주로 망명한 이후 ‘백두산 기슭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 사용된 별호였다. 그는 명망 있는 가문의 후예로서 전통 유학을 계승한 보수유림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들 월송(月松) 김형식(金衡植)이나 동산(東山) 류인식(柳寅植)과 같은 보수 유림의 틀을 깨고 신학문을 받아들인 이른바 ‘혁신유림’의 길을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1907년 안동에 설립된 근대식 신식학교였던 협동학교에 자신의 거처를 교실로 기부하여 학교 활성화와 세력 확장에 크게 이바지하기도 했다.

 

이후 1911년, 당시로서는 고령인 66세의 나이로 고된 만주 망명길에 올랐고, 서간도에 정착한 이후 신흥학교의 권유문, 1913년 공리회취지서 등을 작성하는 등 만주 동포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활약하였다. 1914년 12월, 유하현 삼원포 서남쪽 약 30리 되는 곳에 있는 남산(藍山) 자락에서 순국하였다. 1990년 애족장에 추서되었다.

 

 

그와 관련한 중요 자료 가운데는 만주 망명 사실과 과정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백하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 일기를 통해 당시 그를 중심으로 한 여러 인물의 단편적인 이야기, 시대 상황, 여정, 만주 정착 과정과 고난의 삶 등을 생생히 알 수 있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은 이 일기의 한문 원문 데이터베이스(DB)를 인터넷 웹상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선인의 일상생활, 일기” 누리집에 필요한 자료 내용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구현해 두고 있다. 또한 “스토리테마파크-일기와 생활”이라는 누리집에서는 위 일기에 기록된 기사들 가운데 비교적 흥미 있는 주제를 선별, 주제별 이야기를 구성하여 배경이야기나 멀티미디어 자료 등을 함께 제시하고 있어서 백하 김대락 선생 및 만주망명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상설전시관에는 김대락 선생의 유고 필사본 자료 1점이 전시되어 있다. 제목은 “선고유고(先考遺稿)”로, 김대락 선생의 아들 김형식이 부친이 생전에 남긴 여러 글을 베껴놓은 책이라고 한다. 김형식 역시 부친과 함께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분이다. 이 책에는 김대락 선생이 지은 시 55편, 편지글 11편, 제문 8편과 함께 그의 민족주의 역사관을 확인할 수 있는 「대동역사서(大東歷史序)」, 신흥학교 학생들에게 남기는 권유문, 경술국치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순국한 애국지사 5인의 전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자료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김형식의 사위 이태형(李泰衡) 님이 쓴 <김형식 약전(略傳)>에는, “(1943년 경, 김형식 선생이 만주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날) 조선 닥종이에 ‘선고유고’라고 쓴 책을 내놓으시며, …(중략)… 1991년 쯤 이 책의 복본을 만들어 한국 경상북도 안동군 천전동 김시양에게 보냈고, 원본은 (만주의) 우리 집에 보관되어 있다.”라는 기록이 있다.

 

 

현재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 전시된 선고유고는 지난 2017년경 중국에서 발견되었다가, 국내로 들어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 기탁된 자료라고 한다. 따라서 타국에서 자칫 유실되어 사라질 뻔했던 김형식 선생의 친필본 책이 우여곡절 끝에 약 70여 년 만에 그의 고향 내앞마을로 안전하게 귀향한 셈이다.

 

내년 2021년은 만주 망명 110주년으로 이를 미리 알리고 기념하고자, 한국국학진흥원과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은 이러한 자료들을 활용하여 ‘유교문화에서 꽃피운 경북인의 독립운동’이라는 주제의 네 번째 공동홍보물 “만주 망명에 앞장선 66세의 선비 백하 김대락”을 기획하였다. 이는 카드뉴스 형태의 홍보물로 제작되어 블로그ㆍSNS 등 양 기관의 공식 온라인 홍보채널에 소개될 예정이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