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격리된 문화유산 ODA 종사자 18인의 기록

2020.12.23 14:55:47

2020년 ‘데카메론’ 탄생, <《난생 처음 떠나는 문화유산 ODA 여행》
동남아 3국에게 한국의 문화유산 복원 기술 전파한 뜻깊은 경험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348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흑사병이 만연했다. 이를 피해 10인의 남녀가 피에솔레 언덕의 아름다운 별장에 모여 열흘 동안 날마다 한 편씩 100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670년이 흘러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위협했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지에서 세계유산 보존ㆍ복원 사업을 수행하던 18명의 연구원이 전염병을 피해 한국으로 돌아와 그들이 세계의 무대에서 펼친 무용담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서두의 이야기는 1951년에 발표된 조반니 보카치오 (Giovanni Boccaccio)가 쓴 《데카메론》 이야기고, 다음 이야기는 지난 18일 한국문화재재단에서 펴낸 《난생 처음 떠나는 문화유산 ODA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문화유산 복원 보존에 헌신한 국가대표들이 동남아서 보내온 첫 이야기들!

색다른 여행, 차원이 다른 관람!

 

문화유산 복원을 위해 동남아 각지에 퍼져 있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긴급 철수한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유산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사업 담당 연구원 18인이 격리 기간에 집필한 여행 인문 에세이집으로, 지난 18일(금) 펴냈다.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최초의 나라,

개발도상국 시기에 많은 문화유산을 잃은 경험이 있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전승, 보급, 활용을 위한 전문 기관인 한국문화재재단은 2009년부터 20여 개 나라를 대상으로 국제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에서는 ODA 사업을 통해 자본과 기술력을 총동원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직접 보존, 복원하고 있다.

 

물질적 지원을 넘어 문화 정체성을 복원하는 문화유산 ODA는 선진국들만 공여할 수 있는 전유물이었다. 우리나라 또한 한국전쟁 직후 전 세계로부터 경제적 원조를 받은 과거가 있다. 하지만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며 세계 처음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거듭나고, 2013년 한국문화재재단의 ‘라오스 참파삭 문화경관 내 왓푸사원과 고대 주거지 보존 복원 사업’을 시작으로 문화유산 ODA에 뛰어들면서 위상을 다시금 드높였다.

 

동남아 문화유산에 역사를 쌓아올린 혁혁한 무공의 대가들, 그들의 디.카.메.론

 

특히 《난생 처음 떠나는 문화유산 ODA 여행》에 등장하는 수원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는 식민지배를 겪었다. 현지인의 언어 대신 문화재에 ‘U사원’, ‘T사원’같이 알파벳 이름이 붙는 등, ‘창덕궁 비원’과 ‘남대문’으로부터 ‘후원’과 ‘숭례문’을 되찾아 낸 한국인들에게 유난히 뜻깊게 다가온다. 식민지배와 전쟁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유실한 공통점은 ODA 대상국들과의 특별한 유대를 만들고, 우리의 문화유산 복원 기술로 수원국을 돕는 필자들의 노력을 응원하게 한다.

 

 

연구원의 일은 답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학술연구와 자문회의, 인맥을 통해 난맥상을 정리해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중요한 답을 현지인의 마음을 여는 데서 찾은 듯했다. 나는 종종 술자리에서 그들의 무용담을 들었다. ‘짠!’ 할 때 치솟는 맥주의 기포처럼 답이 터져 나왔다. 지금은 웃고 이야기하는 사건이 실황일 때는 식은땀처럼 절대고독이 흘렀을 것이다. 간신히 해결한 일체의 과정이 노하우요 혁혁한 무공이었다. 결국 에피소드가 답인데, 문제가 주관식이니 좀 길뿐이었다. 이 답을 기록해 남기면 다음 사람에게는 최고의 매뉴얼이 될 것이었다.

 

2020년 봄, 불행히도 기록할 기회가 오고야 말았다. 코로나19가 닥친 것이다. 1348년 페스트를 피해 피난한 10인의 100가지 이야기가 《데카메론》이다. 코로나19로 철수한 연구원들에게 100개의 에피소드에 ‘디카’로 찍은 사진을 싣는다고 《디카메론》이라 제목을 정했다. “보고서 말고 수필 말입니까?” 또 문제를 만난 듯이 골똘하던 그들은 뱀허물처럼 긴 이야기를 남기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다.

 

                                                                                                         _머리말 중에서

 

 

하늘길이 막혀 가지 못하는 곳, 인도차이나반도의 ODA 삼국(三國) 여행을 떠나보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문화유산 ODA를 현장 종사자의 다양한 경험담을 통해 친근하게 풀어냈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18인의 집필진이 문화유산 ODA에 종사하게 된 개인적 발자취를 담았다. 막연히 문화재 관련 꿈을 키우고 있는 청소년들은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2부에서는 수원국을 이해하고 현지인들과 교감하고자 했던 노력들을 다뤘다. 현지인들과 살을 부딪치며 얻어낸 맛집 정보와 문화재 전문가가 추천하는 수준 높은 문화유산 관광코스 등 실용적인 팁들이 쏠쏠해 여행을 좋아하는 성인까지 폭넓은 독자들을 만족시킨다.

 

3부는 문화유산 ODA 후발주자로서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 사이에서 한국의 문화유산 복원 기술을 선보이는 고군분투를 엿볼 수 있다. 4부는 국내 최초로 해외 문화유산 복원 현장에 뛰어들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어낸 문화유산 ODA 노하우와 미래 방향성에 대한 의견 등 전문적인 정보들이 담겨있다.

 

이번 《난생처음 떠나는 문화유산 ODA 여행》을 시작으로 한국문화재재단은 그동안 잠시 휴지기를 가졌던 단행본 펴냄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출판사명을 만들었다. 도서출판 문보재(文普齋).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집이라는 의미로, 재단의 이전 명칭인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약칭에서 음을 따왔다.

 

《난생처음 떠나는 문화유산 ODA 여행》은 모두 456쪽 분량으로 값은 16,000원. 주요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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