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나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우리 교육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그리고 한국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입시라는 하나의 꼭짓점을 향해 통합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사진가 김석진의 말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입시라는 꼭짓점을 향해 통합되듯이, 16년 동안 크게 세 개의 군으로 나뉘어 이어져 온 김석진의 작업도 이번 전시 《입시연대기 2005-2020》로 통합된다.



부임한 해인 2005년부터 시작한 첫 ‘학교’ 사진작업 <지속되는 과도기>는 학교의 전근대성, 전체주의적 속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의 삶을 관찰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사진들로, 2012년 제2회 온빛사진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간결한 흑백사진 속에 담긴 문제적 이야기브는 ‘선생님 사진가’ 김석진의 이름을 사진계에 각인시켰다.
2015년에 발표한 두 번째 학교 시리즈 <삼선쓰레빠블루스>는 입시 체제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 대상으로서의 학생들을 기록한 사진들이다. 김석진은 진짜가 아닌 가짜 삼선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세우고 있는 목표와 달리 욕망과 경쟁 그리고 순응을 가르치고 있는 우리 교육의 민낯을 보았다. 학생들 또한 입시체제의 단순한 희생양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입된 가치를 내면화하고 심화시켜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존재로 변해있었다. <지속되는 과도기>의 시기보다 좀 더 복잡해져 버린 학생들의 내면과 사회화의 괴로움이 <삼선쓰레빠블루스>에 담겼다.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로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의 인성과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또 다른 경쟁을 낳고 오히려 학생들의 진면목을 가리게 된 현실에 관한 풍자다. 묵중한 흑백사진이었던 앞의 두 시리즈와 달리 컬러로, 현장에 기반한 다큐멘터리의 서사가 연출사진(스테이지드 포토)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학교를 떠나는 순간까지 그곳의 변화 양상을 바라보고 기록하겠다’라고 한 김석진의 변화된 사진 화법을 볼 수 있다.
<지속되는 과도기>에서 <삼선쓰레빠블루스>와 <학생부종합전형>까지, 16년 동안의 학교 사진 작업을 종합한 《입시연대기 2005-2020》는 일우사진상 포트폴리오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6월 1일부터 류가헌에서 열리며, 동명의 사진집이 출간되어 전시 개장과 함께 공개된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