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공습, 과연 일본은 피해국인가?

2021.06.29 23:23:16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한 일본의 미래는 없다
[맛있는 일본이야기 607]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전쟁은 무섭다. 전쟁은 목숨을 앗아간다. 전쟁은 비극이다. 그리고 전쟁은 아픔이다. 이런 말 말고 전쟁을 달리 표현할 길이 있을까? 전쟁을 일으킨 나라 곧 가해국도, 전쟁을 당한 나라 피해국도 결국은 그 ‘무서운 전쟁’의 피해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물론 피해국 국민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일본처럼 가해국민이 자신들이 ‘피해국 국민인지, 아니면 가해국 국민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어제(29일) 그것을 잘 말해주는 추도회가 일본 오카야마시청에서 열렸다. 추도식장에는 ‘오카야마시 전사자, 전몰자를 위한 추도’ 문구를 세로로 길게 써 놓은 안내판이 서 있고 주변은 국화꽃으로 장식하여 참배객들이 추도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추도식 모습을 방영한 텔레비전 화면에는 ‘오카야마 공습으로부터 76년, 유족들 전몰자를 추도’라는 자막을 텔레비전 화면 오른쪽에 크게 새겨 놓았다. 언뜻 보면 ‘주어’가 빠져 있어서 오카야마가 누구로부터 공습을 받았는가 고개가 갸우뚱해질 문구다.

 

그러자 아나운서가 이날 추도식 행사 상황을 설명한다. “추도식에는 유족회 대표와 중학생 등 약 25명이 참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2년 연속 규모를 축소해서 개최되었습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화면은 이내 유족연합회 회장을 비춘다.

 

 

오카야마시 나다사키 유족연합회 회장인 콘도 카야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현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고 잊히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후세에 전해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대관절 오카야마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오카야마시의 폭격을 후세에 전해야 할까?

 

아나운서의 설명이 이어진다. “1945년 6월 29일 새벽, 미군의 폭격기가 떨어뜨린 약 9만 5,000발의 소이탄으로 오카야마시 시가지의 약 60%가 불에 탔습니다. 오카야마시는 과거에 시(市)나 오카야마현(縣)이 정리한 자료로부터 희생자 수를 ‘1,737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날 오카야마시청에서 가진 추도식의 골자는 “미군 폭격기가 폭격을 가해서 오카야마 시가지가 60% 파괴되고 죽은 사람 숫자만도 1,737명이었다.”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얌전히 지내고 있는 일본인이 사는 땅에 나쁜 미군이 와서 폭격해댄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일본인의 상당수가 그런 줄 안다.

 

미군의 폭격이 오카야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경우는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기념관엘 가 봐도 ‘나쁜 미군의 폭격’ 외에 달리 전쟁을 설명해 놓은 것은 없다. 일본의 유치원생부터 필수 순례 코스처럼 찾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폭침지도 이러한 ‘피해자 시각’으로만 설명해 놓고 있어 실망스럽다.

 

 

정말 일본은 제2차대전의 피해국인가? 정말 그런가? 적반하장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각종 전쟁을 일으킨 전쟁 가해국 일본,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많은 아시아 나라를 침략하여 인명을 살상한 나라 일본, 이름하여 전범국(戰犯國)인 일본이 그 민낯을 국민에게 솔직히 시인하고, 교과서에 그 역사적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등 기념관에 그러한 가해의 역사를 밝히지 않는 한, 그 결과로 일본인 스스로가 가해국의 국민인지 알지 못하는 한,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평화 수호, 전쟁 없는 나라’라는 구호는 한낱 고장난 레코드판일 수밖에 없다.

 

‘오카야마 공습으로부터 76년’, 추도식에 나붙은 이 어정쩡한 문구는 전쟁이 끝난 지 76년이 되는 올해도 여전히 장식물로 존재할 뿐이라는 느낌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제2차대전을 일으켜 그 결과로 미군의 오아캬마시 폭탄 공습이 있었고, 나아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맞았다. 이런 행위를 깊이 반성하고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국민이 보는 앞에서 맹세하고 전 세계인에게 약속하지 않는 한’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영원히!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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