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의 값어치, 지역민들의 자긍심으로”

2021.08.23 21:50:53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3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내포제시조 보존회> 발표회에서 부른 ‘사자강’과 사설시조, ‘부소산 저문 비’를 소개하였다. 시어(詩語)들의 해석과 함께 부소산 저문비의 부여 8경도 소개하였다. 부소산의 모우(暮雨), 낙화암의 영혼, 백마강에 잠긴 달, 고란사의 새벽 종소리, 수북정의 푸른 아지랑이, 규암진의 돛단배, 구룡포에 내려 앉는 기러기, 백제탑에 비추는 석조의 모습 등이란 이야기를 하였다.

 

내포제시조를 지켜 온 동 <보존회>는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단체다. 연혁을 보면 1954년 3월, <시우단체 총연합회 부여지부>로 창립을 하였으며 현재 충남 부여군 부여읍 관북리 128-1 소재의 시조회관을 소유하고 있다. 이 회관은 1970년에 건립, 2000년에 개축되었는데, 무대와 300여 명의 객석을 확보하고 있는 발표회장과 회의실, 연습실 등이 마련된 한옥 건물이다. 이 회관의 개축은 내포제시조 보존회원들과 부여 시우회원들, 애호가들, 그리고 충청남도와 부여군 등의 민(民), 관(官) 합작품이어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이 전수관의 건립으로 말미암아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내포제시조의 전승활동은 물론이고, 수시로 강습활동이나 발표회도 열 수 있게 되었으며, 전국규모의 경창대회도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게 되어 내포제시조의 보급이나 확산운동이 보다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시조인들이 마음대로 모일 수 있고, 시조창을 즐길 수 있는 회관을 소유하고 있는 단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 지역의 시조활동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창립 3년 뒤인 1957년 8월, 제1회 <전국남녀시조경창대회>를 열었는데, 이 대회야말로 시조계는 물론, 국악계에 커다란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1984년부터는 대통령배를 걸고 시행하는 국내 굴지의 경연대회로 성장했으며 이제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해 왔다고 한다.

 

이와 같은 행사가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은 평소 내포제 시조를 애호하고 보존해 온, 동 보존회원들의 사명감이나 시조창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도 동 보존회의 특기 사업은 1989년부터 실시해 온 시조 강습회이다. 7월, 제1회 강습회 이후, 많은 수강생을 배출해 왔는데, 수강 기간을 보면 짧게는 3~4일, 길게는 7~10일 동안이었다고 한다. 수백 명이 모여 시조강습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왔다고 하는 점은 시조창의 내일을 긍정적으로 예고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타지(他地) 먼 곳에서 참가하는 강습생들에겐 내포제 보존회원들이 숙식을 제공해 준다고 하는 점도 보급 활동을 위한 그들의 열정과 배려를 알게 하는 대목이어서 흐뭇하다.

 

현재 동 보존회의 회장은 부여의 김영숙이 맡고 있으며 보령, 홍성, 연기, 서천, 청양, 예산,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백의 보존회원들이 내포제 시조를 부르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김연소 보유자가 제공해 준 내포제시조 보존회의 기록일지에는 강습회와 경창대회를 실시한 일시 및 장소, 그리고 참여인원, 수상자 명단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서 내포제시조의 현주소를 알게 하고 있다.

 

 

한편, <내포제시조 보존회>를 이끄는 충남(忠南) 도내(道內)의 시조인들은 내포제시조의 확대 발전을 위해 <충남 통합시우회>를 조직, 시조창의 보존과 계승, 확대 발전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정례적인 모임과 사업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 모임은 이규환 회장이 중심이 되어 각 지역에서 불리고 있는 시조의 올바른 확산과 보급을 위한 제반활동을 공동으로 기획, 추진하고 있으며, 임의의 변형을 막기 위한 공동의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강습회와 경창대회, 그리고 발표회와 악보 발간, 등의 보급 활동 등, 내포제시조의 확산운동을 위해 동 보존회나 시우회가 기울여 온 애정의 결과는 타 지방의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시조의 확산을 위해 동 보존회의 활동은 더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끝으로 예능보유자를 비롯한 동 보존회의 회장, 충남시우회 회장, 그리고 동 회원들의 지역을 위한 공동의 노력은 더더욱 넓고 깊게 지속되어야 하리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실현 가능한 몇 가지 발전방향을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는 내포제 시조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식시켜서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적극적으로 심도록 하라는 점이다. 물론, 시조는 느리고 어려운, 그래서 재미없는 노래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접근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학이나 인접장르의 성악, 또는 기악과의 협연을 통해서 시조가 쉽고 간단하며 재미있는 노래임을 알게 하도록 하는 공연이나 발표회를 교육현장과 연계해야 한다.

 

또한, 시조의 문학성과 음악성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특별강좌, 또는 해설을 곁들인 시조음악회를 통해서 내포제시조만이 지니고 있는 ‘내포제시조의 미학(美學)’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포제시조의 학술적인 값어치와 예술적 값어치를 확립하기 위한 이론적 연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내포제시조가 현재까지 전해 올 수 있었던 음악적인 배경이나 시대적인 상황을 이해하게 하고, 이러한 전통적인 시조가 집안 어른들에 의해 우리 지방에 전해오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도록 지역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