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즐거운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면

2021.09.11 11:03:42

김시습, <잠깐 갰다 잠깐 비 오고>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7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잠깐 갰다 잠깐 비 오고(乍晴乍雨)

 

                                                                              -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잠깐 갰다 잠깐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하늘의 도리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정이야

       譽我便應還毁我(예아편응환훼아) 나를 칭찬하는가 했더니 곧 다시 나를 헐뜯고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도리어 이름을 구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꽃이 진들 봄은 상관하지 않으며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구름 가고 구름 옴을 산은 다투지 않도다

       寄語世上須記憶(기어세상수기억) 세상에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라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어디서나 즐겨함은 평생 이득이 되느니라

 

 

 

 

김시습은 이 한시에서 “누군가가 나를 치켜세우는가 했더니 어느새 나를 헐뜯고 있고, 명성을 피한다고 하더니 어느덧 명성을 구하곤 한다. 하지만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은 상관하지 않고 구름이 가고 오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는다.”라고 깨우쳐주고 있다. 그러니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건 즐거운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것이 평생의 득이 될 것이라고 속삭여준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은 우리나라 첫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의 지은이다. 그가 쓴 또 다른 한시 “산에 살며(산거집구,山居集句)”를 보면 “천산과 만산을 돌아다니고(踏破千山與滿山)”라고 읊어 떠돌이 삶을 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골짝 문을 굳게 닫고 흰구름으로 잠갔다.(洞門牢鎖白雲關)”라며 뛰어난 시심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는 단종에 대한 신의를 끝까지 지키며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자연에 은거한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긍익의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보면 김시습은 단종 복위를 꾀하다 죽임을 당한 사육신들의 주검을 거두어 지금의 노량진에 묻은 사람이라고 한다. 율곡 이이로부터 “백세의 스승”이라는 칭송을 들었다는 김시습, 배운 것을 철저히 실천에 옮기는 지식인이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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