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에서 그 의미를 새겨보는 '한가위'

2021.09.21 12:00:3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해에 이어 두해째 '코로나19' 때문에 한가위를 오롯이 즐기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하지만 올해로 '코로나19'가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방역을 지키면서 겨레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았다.  ≪열양세시기≫에 있는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처럼 한가위는 햇곡식과 과일들이 풍성한 좋은 절기로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가위의 유래와 말밑

 

한가위는 음력 팔월 보름날로 추석, 가배절, 중추절, 가위, 가윗날 등으로 불린다.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로 하여금 그들을 이끌어 음력 열엿새 날인 7월 기망(旣望, 음력 16일)부터 길쌈을 해서 8월 보름까지 짜게 하였다. 그리고 짠 베의 품질과 양을 가늠하여 승부를 결정하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하게 하였다. 이 날 달 밝은 밤에 임금과 백관 대신을 비롯해 수십만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녀와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會蘇曲)’을 부르고, 춤을 추며 질탕하고 흥겹게 놀았다.“ 이 길쌈짜기를 그 때 말로 ”가배“라 했는데 가배가 변해서 ”가위“가 된 것이다.

 

한가위의 다른 이름인 중추절(仲秋節)은 가을을 초추(初秋), 중추(仲秋), 종추(終秋) 석 달로 나누어 음력 8월 가운데에 들었으므로 붙은 이름이다. 추석이라는 말은 ‘예기’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과 중국에서 중추(中秋), 추중, 칠석, 월석 등의 말을 쓰는데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秋夕)’이라 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더 많이 쓰이는 ‘추석’은 말밑(어원)이 명확하지 않은 말이다. 따라서 이 말밑이 분명치 않은 중국 출신 “추석”보다는 신라 때부터 오랫동안 우리 겨레가 써온 토박이말 “한가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겠다.


한가위의 세시풍속, 반보기와 밭고랑 기기

 

한가위에 즐기는 세시풍속으로는 벌초(伐草), 성묘(省墓), 차례(茶禮), 소놀이, 거북놀이, 강강수월래, 원놀이, 가마싸움, 씨름, 반보기, 올게심니, 밭고랑 기기 따위를 들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풍속은 벌초와 성묘 그리고 차례다. 한가위 때 반드시 벌초를 하는 것이 자손의 도리로 여겼으며, 한가위의 이른 아침에 사당을 모신 종가(宗家)에 모여 차례를 지낸다. 그리고 성묘를 가는 것이 순서다.

 

① 소놀이 : 풍물패를 따라 소를 흉내 내며, 온 마을을 다니며 노는 놀이.‘소놀이’를 할 때는 그 해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집 머슴을 상머슴으로 뽑아 소등에 태우고 마을을 돌며 시위한다.

 

② 거북놀이 : 수수잎을 따 거북이 등판처럼 엮어 등에 메고, 엉금엉금 기어 거북이 흉내를 내는 놀이. 이 거북이를 앞세우고 “동해 용왕의 아드님 거북이 행차시오!”라고 소리치며, 풍물패와 함께 집집이 방문한다. 대문에서 문굿으로 시작하여 마당, 조왕(부엌), 장독대, 곳간, 마구간, 뒷간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들보 밑에서 성주풀이를 한다. 조왕에 가면 “빈 솥에다 맹물 붓고 불만 때도 밥이 가득, 밥이 가득!” 마구간에 가면 “새끼를 낳으면 열에 열 마리가 쑥쑥 빠지네!” 하면서 비나리를 한다. 이렇게 집집을 돌 때 주인은 곡식이나 돈을 형편껏, 성의껏 내놓고 이것을 잘 두었다가 마을의 공동기금으로 쓴다.

 

③ 강강술래 : 손에 손을 잡고 둥근 달 아래에서 밤을 새워 돌고 도는 한가위 놀이의 대표. 이 놀이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칠 때 의병술로 시작한 것이라는 설이 있으며, 또 이러한 집단 원무의 시작은 원시 공동체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강강술래는 둥글게만 돌지 않고 갖가지 놀이판으로 바뀌면서 민요를 곁들인다.

 

"하늘에는 별도 총총 강강술래 / 동무 좋고 마당 좋네 강강술래 / 솔밭에는 솔잎 총총 강강술래 / 대밭에는 대도 총총 강강술래 / 달 가운데 노송나무 강강술래”앞소리꾼이 소리를 내면, 모두는 받아서 강강술래로 메긴다. 새벽이 부옇게 움터올 때까지 강강술래는 그칠 줄을 모른다.  

    

 

④ 원놀이 :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원님을 뽑아서 백성이 낸 송사를 판결하는 놀이로 일종의 모의재판.

 

⑤ 가마싸움 : 이웃서당의 학동들끼리 만든 가마를 부딪쳐서 부서지는 편이 진 것으로 하는 놀이다. 이긴 편에서 그 해에 과거시험에 급제한다는 믿음이 있다.

 

⑥ 올게심니(올벼심리) : 한가위를 전후해서 잘 익은 벼, 수수, 조 같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을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고, 다음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비는 풍습이 있는데 이때 음식을 차려 이웃과 함께 잔치를 하기도 한다. 올게심니한 곡식은 다음해에 씨로 쓰며, 떡을 해서 사당에 바치거나 터주에 올렸다가 먹는 게 전라도 풍속이다.

 

⑦ 풋바심 : 채 익지 않은 곡식을 철 따라 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돌아가신 조상에 올리는 일, 즉 천신(薦新)하기 위해서 벤다. 또 새로 거둔 햅쌀을 성주단지에 새로 채워 넣으며 풍작에 감사하는 제를 지내기도 하는데 경상도 풍속이다.

 

⑧ 밭고랑 기기 : 전라남도 진도에서는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긴다. 이때에 음식을 마련해서 밭둑에 놓고 하는 일도 있다. 이렇게 하면 그 아이는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밭농사도 잘된다고 믿는다.

 

⑨ 반보기 : 시집 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시절 한가위가 지난 다음 중간에 만날 장소를 정해 음식을 장만해 가서 어머니와 딸이 만나 회포를 푸는 풍속이다. 도중에 만났다 하여 한자말로 “중로상봉(中路相逢)”이라고도 한다.  

    


한가위의 시절 음식, 송편과 신도주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라는 우리나라 옛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가위는 곡식과 과일 등이 풍성한 때이므로 여러 가지 시절 음식이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 밤단자를 시절 음식으로 꼽았다. <농가월령가>에는 신도주(新稻酒),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 등을 이때의 시절음식이라고 했으며, 송이국, 호박, 박, 가지, 고구마 따위를 납작납작하거나 잘고 길게 썰어 말린 것으로 국을 끓인 고지국도 영동 지방에서는 별식으로 먹는다. 한가위 차례상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한가위 때 마시는 술은 ‘백주(白酒)’라고 하는데, 햅쌀로 빚었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고도 한다. 한가위는 추수를 앞둔 때여서 사람들의 마음이 풍족해져 서로 술대접을 하는 경우가 흔했다.  

    


송편은 대표적인 한가위 음식이다. 송편에 꿀송편, 밤송편, 깨송편, 콩송편, 대추송편 따위가 있으며, 이때 솔잎을 깔아 맛뿐 아니라 향과 시각적인 멋도 즐겼다. 솔잎에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다른 식물보다 10배 정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위장병, 고혈압, 중풍, 신경통, 천식 등에 좋다고 한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모시잎을 삶아 넣어 빛깔을 낸 모시잎 송편, 강원도 지방에는 감자송편이 있다. 쑥송편, 치자송편, 호박송편, 사과송편 등도 별미다. 얼마 전만 해도 가정에서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며 송편을 빚는 정경이 아름다웠다. 송편을 잘 만들어야 예쁜 아기를 낳는다는 말에 서로 은근히 솜씨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빚은 송편이 예쁜지 볼품이 없는지에 따라 배우자 될 사람의 얼굴도 그렇게 된다는 등 송편을 둘러싼 훈훈한 이야기도 즐겼다.

 

한가위, 떠오르는 보름달, 이웃과 함께 보는 날 

    

 

보름달이 뜰 때 우리 겨레는 횃불을 들고 뒷동산에 달맞이 하러 오른다. 이를 한자말로 ‘망월(望月)“이라고도 했다, 먼저 동산에 올라 달을 보는 사람이 비는 소원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때 달을 혼자 보겠다고 우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달은 누구나가 보는 달이기 때문이다. 아니 손잡고 여럿이 함께 달을 보면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더 큰 달이 떠오를지 모른다. 떠오르는 달을 보며 소원 한가지씩 빌던 정겨운 모습도 한가위 풍속이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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