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한글과 소통하는 안동의 문화재

2021.10.07 11:29:35

“공감과 위로, 한글로 소통하다”

[우리문화신문 = 전수희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10월을 맞이하여 2021 안동의 문화재 활용 및 홍보 전시 ‘공감과 위로, 한글로 소통하다’를 개최한다. 전시는 2곳에서 진행된다. 10월 7일부터 9일까지는 한국정신문화재단과 공동으로 ‘21세기 인문가치포럼’ 기간 동안 전통리조트 구름에 카페On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10월 9일부터 17일까지는 ‘한글 비전 선포식’이 열리는 경북도청 동락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한글을 지켜온 경상도 사람들

 

조선시대 한글은 우리말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문자였으므로 익히기 쉬운 글자였다. 외국의 도서인 중국 책을 번역하여 그 내용을 알기 쉽도록 하였고, 이현보나 이황과 같은 학자들도 한글을 이용하여 문학작품인 가사나 시조를 창작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현보는 이전부터 전해오던 어부사를 고쳐 한글로 어부가를 창작하였고, 이황은 자신의 학문적 자세를 가다듬고 자연을 통해 학문세계를 완성해나가는 모습을 한글로 지은 시조인 도산십이곡의 형태로 제시하였다. 경상감영에서는 사서삼경의 한글 번역본인 언해본을 18세기 ~ 19세기 집중적으로 간행하여 한글을 대중화하고 지켜나가는데 힘썼다. 경상북도는 한글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한글 문헌을 만들고 보존해온 지역이었다. 이번 전시는 한글을 지켜오고 발전시킨 경북사람들의 여러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천년 고찰 광흥사, 한글 보급의 중심지

 

2013년 11월 21일 안동의 고찰 광흥사 지장전의 인왕상과 시왕상의 복장에서 다수의 고문헌이 발견되었다. 광흥사는 안동의 학가산에 위치해 있는데, 조선시대 많은 불경과 한글 관련 서적을 출간한 사찰이다. 세조 대에 설치된 간경도감의 분사(지역 분소)로 추정된다. 광흥사에서 발견된 복장유물에는 훈민정음 창제 직후의 표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한글자료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다수의 구결 자료도 발견되었다. 광흥사 유물을 통하여 안동지역이 조선시대 한글 보급의 중심지 중의 한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복장유물 중 대표적인 한글자료인『월인석보』와 승려 신민의 한글 편지가 공개된다.

 

내방가사, 마음을 어루만지다

 

내방가사는 중세 피억압자의 위치에 있던 여성이 기록의 새로운 주체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내방가사가 처음 창작된 시기라 추정되는 16세기 동아시아는 한자문화권의 중세적 질서가 지배하고 있었다. 이 시기 문자 활동은 양반 사대부라는 소수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문자로 기록된 지식과 교양은 이들에게 편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은 늘 배제되고 소외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북의 여성들은 여성들이 창작과 향유의 주체가 된 내방가사라는 독특한 문학형식을 발전시켜왔다. 또한 내방가사 창작의 전통은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내방가사는 경북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창작되어, 조선후기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여성들의 삶과 애환, 자기의식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조국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독립의 열망을 꿈꾸는 여성들의 주체적 삶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글, 마음으로 소통하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 한글은 빠른 속도로 보급되어 나갔다. 사대부들도 한문 일변도의 경향에서 벗어나 한글을 이용하여 문학작품을 창작하기도 하였으며, 유교경전도 한글로 번역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지식인인 사대부들은 한문과 한글을 병용하였지만 정규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여성들이나 평민층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그러므로 가정 내 여성들을 교육하기 위하여 계녀가[딸을 교육하는 글]를 짓기도 하였으며, 딸이나 며느리에게 집안의 역사를 알려주기 위하여 한글 족보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 결과 사대부가의 여성들에게 한글이 급속도로 보급되었으며, 사대부가의 여성들은 한글을 이용하여 편지를 쓰거나, 한글 소설을 필사하고, 직접 망자의 영전에 한글 제문을 올리는 등 한글 사용에 적극적이 되면서 한글을 이용하는 집단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한 다양한 한글 자료 선보여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한글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훈민정음의 창제과정이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을 복각한 책판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유교책판 중『어부가』,『도산십이곡』목판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방가사 자료, 여성들이 직접 작성한 한글편지와 제문, 그리고 여성 교육을 위해 이용된 한글 족보 등 다채로운 한글 자료를 만나 볼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글로 자신의 뜻을 펴고, 마음을 전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수희 기자 rhsls6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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