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사람의 서사 위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서정

2021.10.23 11:13:22

김지연 사진전 <영산강> 11월 2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10대에 싹텄던 꿈을 50에 비로소 시작한 것이 사진이다. 사진을 전공한 것도 아닌, 그저 지역에 살고 있는 작은 한 아줌마의 도전이었다. 주위를 보면 엄청난 자격을 가진 선수들이 뛰고 있었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이미 진 경기였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옆도 안 보고 혼자서 달렸다. 긴 시간을 달리다 보니 하나둘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나를 사진가라고 불렀다.’

 

그렇게 20여 년을 달리자, 사진가라는 호칭 앞에 ‘정미소’ ‘남광주’ 등 그녀가 찍은 사진들의 제목이 덧대어지면서 그녀의 대명사가 되었다. 시간 속에서 소멸해가는 것들을 기록하고 그 시간의 슬픔과 소중함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김지연식 화법’도 생겨났다. 진안에 <계남정미소>를, 전주에 <서학동사진관>을 열고 운영하면서부터는 관장으로 전시기획자로, 또 사진을 하며 살아온 삶의 여백에 틈틈이 글을 쓴 산문집 <감자꽃>과 <전라선>의 작가로, 김지연이라는 이름의 품은 더욱 넓어졌다.

 

 

 

 

‘50에 비로소 시작한 사진’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작은 지류인 천이 강을 이루고, 흐르고 흘러 이윽고 바다에 다다르는 모양과도 같으니, 김지연 <영산강>의 첫번째 은유가 여기에 있다.

 

‘그 강이 무슨 강이든 내 인생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작업노트 중에서)라는 김지연은, 광주지역으로 흐르는 영산강의 한 다리 옆에서 태어났다. 강의 이름도 모른 채 살다가, 고향을 떠난 이후로는 아예 강의 존재조차 잊고 살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서 아직도 고향집이 남아있단 이야기를 전해 듣고, 60여 년 만에 고향을 찾아갔다. 영산강이 그제야 보였다. 그 강에 탯줄을 묻으면서부터 시작된 자신의 삶이 보였다. 영산강은 그녀에게, 사적인 연민의 공간이자 기어코 돌아오고야 말 회귀점이었던 것이다.

 

 

 

 

 

2020년 봄부터, 사진기를 들고 영산강가 탯자리 주변과 강물이 시작되는 근원지부터 서해바다에 이르는 길을 강을 따라 걸었다. 담양에서부터 목포의 끝 고하도까지 140km에 달하는 노정이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애써 아름다움을 찾지는 않았다. 서먹하면 서먹한 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의 물빛대로 찍었다. 발목을 적시며 외할머니를 만나러 가던 정자교보 대신 새로 만들어진 보를 건넜다. 아버지가 세운 학교 터에는 공장이 들어서고 있었다. 물새와 억새를 만나고, 과일 따는 아낙과 늙은 농부를 만났다. 그 만남들을 찍고, 여러 색을 띤 강의 얼굴과 함께 담았다. 강과 사람의 서사 위에,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서정, 김지연의 <영산강>이 이렇게 해서 완결되었다.

 

김지연 사진전 <영산강>은 11월 2일부터 류가헌에서 열린다. 새로 출시된 같은 제목의 사진집도 만날 수 있다.

 

문의 : 02-720-2010

 

 

이한영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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