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작가 박팔양 시인, 일본 교토에서 연구발표회 가져

2022.02.16 11:54:33

우에노 미야코 시인 '한 자루의 펜과 다채로운 면모' 발표
맛있는 일본이야기<639>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월북작가인 박팔양(1905~1988)시인은 한국 사회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작가의 시집을 지난해 번역하는가 하면 올해는 이 작가에 대한 연구발표의 시간을 갖는 등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박팔양 시인의 시집인 《여수시초(麗水詩抄》는 2021년 8월 15일, 중견 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 都,75)씨에 의해 일본 오사카에서 일본어로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시집을 번역한 우에노 미야코 시인은 윤동주 시인의 시집 《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일본 도쿄. 2015)을 일본어로 완역, 출간하여 일본 사회에서는 꽤 알려진 문단의 중견 시인이다.

 

그런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 지난 2월 13일(일), 교토에서 다시 한 번 ‘박팔양 시인’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우에노 시인이 이번에 발표한 주제는 <박팔양 여수시초 – 한 자루의 펜과 다채로운 면모(朴八洋 麗水詩抄 - 一本のペンと多彩な面差し)>라는 내용으로 이날 발표는 ‘청구문고연구회(靑丘文庫硏究會)’가 주최하였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로 비대면 ZOOM으로 진행되었다.

 

 

청구문고연구회가 다루는 주제는 일본의 근·현대사 및 한국·조선 문제, 재일한국인 등과 관련된 폭 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정치, 음악, 문학, 영화, 책 등 한국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발표 가능하다. 연구회 회원은 대학 교수, 고등학교 교사를 비롯하여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일반시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 발표한 박팔양 관련 자료는 무려 A4 용지 11장에 이르는 빼곡한 내용으로 그가 일본어로 번역한 박팔양의 《여수시초(麗水詩抄》에 수록된 62편의 시 가운데 자연·생명, 도회, 사색, 애상(哀想), 청춘· 사랑 등 섹션별 특색을 정리한 내용이다.

 

“일본에서는 박팔양 시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여수시초》는 박팔양의 첫 시집으로 1920년대 초반부터 1940년대까지 썼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가 활약하던 시대는 일제강점기로 문학작품도 검열이 치열하던 때입니다. 박팔양은 당시 언론기관의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지식인으로 그가 남긴 시문학(詩文學)의 글들은 일본의 식민지지배 역사의 굴레 안에서 파악해야 선명해질 것입니다. 식민지시대라는 굴절된 시대를 살다간 한 시인의 고뇌에 찬 인생 여정의 핵심을 일본인들에게 널리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우에노 시인은 이번 연구 발표회의 의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북으로 여전히 대치하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박팔양 시인의 월북(越北)이라는 딱지는 극히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월북작가 딱지는 일반적인 ‘월북딱지’와는 조금 다르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이 부분에 대해 《박팔양 시선집》(현대문학, 유성호 엮음, 2009)을 쓴 유성호 교수는 “<만선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박팔양은 1945년 광복 후, 북한에 남아 <로동신문> 주필 등을 맡는 등 ‘해방후 행적이 간단치 않은 무게를 지닌 인물’임은 틀림없다. 그런 이력 때문에 남한에서는 그의 이름 석 자가 ‘금기시’ 되어 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박팔양은 우리 근대시사의 다양한 정신적 단면을 두루 자신의 화폭으로 담아낸 개성 있는 시인이었다. 그의 시적 기조는 한결같이 현실성과 서정성 사이의 갈등과 통합에 있었다.”라고 했다.

 

남북분단의 쓰라린 역사의 근원을 캐고 올라가면 일제침략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다. 그 시기를 살아낸 문학인들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승려시인 한용운이나, 소설가이자 시작(詩作)을 한 심훈, 이육사, 윤동주 같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박팔양 같은 시인도 있다.

 

특히 박팔양 시인의 경우 친일신문인 <만선일보(滿鮮日報)> 기자로 1937년대를 살아냈던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근대성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두고두고 그의 작품과 인생을 논할 때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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