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사설(辭說)인고?

2022.02.25 12:06:56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5]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마당에서 혼자 뛰고 구르니

점잖은 분이 툭! 치며

왜 하필 우주 정거장도 만들고

개도 복제하는 시대에

해묵은 시조고 사설이냐고

 

그리고 평시조에 사설을 붙이기도 하여

어째 섞어찌갠지 부대찌갠지

그렇고 그런 형식이란 게

좀 걸쩍지근하지 않은가? 라고 묻습디다

 

예, 감히 말뚝이 아뢰오

이 마당을 엮기 전에 형식이라면

알맞은 나름의 형식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소

 

그냥 자유롭게 제 할 말 하기로야

자유시가 으뜸인데

산문시의 어조와 사설은 다르기도 하거니와

왠지 이 노래는

앞말이 뒷말을 주워섬기는

말부림의 음보가

자연스레 율격을 갖는 고로

그 가락을 의지하여 풍자와 재담을 비벼 넣어

제맛을 내기에는

사설시조가 딱! 이란 생각을 하였소

 

평시조에 사설을 붙인 섞어찌개라!

그 참 알맞은 능청에 일침이오

물론 고시조에는 없는 형식이지만

현대에 와서 선배 시인들께서

더러 이 형식을 써서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지요

 

따져보면 평시조와 사설 각각의 형식이

어긋나지는 않았으니

둘을 붙인들 뭐 그리 잘못은 아닌 듯하오

 

사설시조에 대해 말들이 많은 줄 아오

암만, 떠돌아다니는 말뚝이라고

사설시조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는 줄 왜 모르겠소

 

자유시가 있는데 굳이 왜 사설이냐고?

고유의 정형을 가지는

시조의 정체성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지당하고도 지당하신 말씀!

허나 사설시조는 자유시 이전부터 이미 있어왔던

우리의 소중한 유산인 걸 또 어쩌것소

구리거울이 유리거울을 대신할 수 없지만

꼭 앉아야 할 동경(銅鏡)의 자리도 있긴 있는 법이오

 

이놈 말뚝이 짧은 생각을 말해 볼라치면

시조는 선계인 듯 속계인 듯

풍류에 젖어가며 때론 메치고 때론 둘러치는

유장한 노래였거니

바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시조창은 너무 더디 읊는다고 느끼지 않았겠소

 

곰방대 한 대 피우는 시간에

더 많은 노랫말이 필요했다면

그래서 자연스레 노래한 것이

사설시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오

 

어찌 생각하면

사설시조는 요즘의 랩을 닮았소

라디오만 틀면 쏟아지는 랩처럼

빠르게 부르지는 않았겠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빠른 가락이 아니었겠소?

 

그에 담기는 내용도

양반님들 어깨 힘주고 흔히 부르던

지사적, 교훈적, 혹은 관조, 달관, 음풍농월을 담은

근사한 노래가 아닌

못난 놈들과 아낙들의 쌍스러운 음담패설

은근슬쩍 세상에 똥침을 놓는......

 

그 수다에 꽹매기를 때리면

해죽해죽 웃음이 나고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신명이 바로 사설이 아니겠소?

 

 

다만 사설의 형식이 문제라면 문젠데

예전의 사설시조란 것도

딱히 “이것이 정형이다” 하고 말하기엔

음보의 말부림이 들쑥날쑥이었소

 

송강의 ‘장진주사(將進酒辭)’나

작자미상의

각각인 게 그것이오

 

대개 초장은

엇시조처럼 조금 길게 늘어났고

중장은 평시조의 율격에서

크게 벗어나 길어진 형태였는데

『말뚝이 가라사대』에선 단시조, 연시조. 사설시조를 혼용하여 구성하였는데

사설의 경우, 초장과 종장은 평시조 형식에 기대고

중장을 늘이는 방법을 취했소

 

어떤 분이 어험! 나서서

“이건 아니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위험하긴 매양 한 가지요

암튼 노래는 노래인 게요

 

 

이달균 시인 moon15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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