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독립유공자 서훈 이끈 산파역 '황명하' 회장

2022.03.07 12:32:07

한·호수교 60주년 맞아, 벨레 멘지스 등 3인 독립유공자 발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2022년 3·1절을 맞아 호주 선교사 출신 벨레 멘지스(Miss Belle Menzies), 마가렛 데이비스(Miss Margaret Davies), 데이지 호킹(Miss Daisy Hocking) 등 세 분의 선교사들이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포상받게 되어 기쁩니다. 이분들의 독립운동 공적을 입증하기 위해 뛴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이는 어제(7일) 황명하 회장(전 광복회 호주지회 회장, 현 광복회 해외 홍보대사, 이하 황명하 회장)과의 전화통화에서 황명하 회장이 일성으로 한 말이다. 황명하 회장의 이야기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호주출신 독립운동가 세 분의 탄생 과정에는 자료 발굴과 각종 증빙 서류 등을 찾기 위해 애쓴 황명하 회장의 땀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간(2021년 현재) 외국인 출신의 독립유공자는 72명이었는데 이번에 호주 출신의 세 분이 추가되어 모두 75명(2022년 현재)의 외국인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포상은 호주는 물론 대양주 지역 최초의 독립유공자라는 데 큰 의미가 있지요. 벨레 멘지스는 1895년, 부산 경남지역 최초의 근대 여성 교육기관인 부산진일신여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교장으로 봉직한 분이며, 마가렛 데이비스는 1919년 3·1 만세운동 당시에 부산진일신여학교 교장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분입니다.”

 

 

당시 부산진일신여학교가 주도한 만세시위는 부산, 경남지역 3·1만세운동의 효시가 되었고 시위에 참여한 부산진일신여학교 교사 박시연(애족장, 2018)을 비롯한 학생 박두천(애족장, 1995)등 12명은 이미 독립유공자로 서훈되었다. 일신여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성경과 영어, 조선어 등을 포함한 근대교육을 받으며 개화의식을 길렀고 남녀 평등의식과 민족의식, 자주 독립정신을 배워 나갔다.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이 세 분의 호주 선교사들이었지만 지금까지 이들의 독립운동 사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못했다.

 

황명하 회장은 호주 출신 여선교사 세 분에 대한 서훈 추진에 대한 계기를 “2021년 10월은 한·호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일찍이 조선에 건너가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독립운동에 깊숙이 관여했던 호주 출신 독립유공자를 발굴하지 못했던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2020년 말 무렵, 호주 선교사들에 대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는 <크리스찬 리뷰> 지(誌)와 제가 몸담은 광복회 호주지회가 함께 손잡고 1919년 3·1만세 운동에 참여했던 호주인 선교사들의 자료를 발굴하여 독립유공자로 추서하자는 논의를 하게 되었고 지난한과정 끝에 이번에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황명하 회장은 이번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을 위한 ‘증빙자료’ 확보를 위해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탰다고 했다. 특히 주경식 <크리스찬 리뷰 편집국장>의 경우는 멜번에서 김태희 학생이 pdf로 보내온 6천여 장의 자료를 일일이 조사하여 세 분의 선교사 관련 부분을 찾아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한편, 멜번에 사는 김태희 (2020년 광복회 호주지회 청소년 민족캠프 참가자) 학생은 호주 장로교 여선교부 아카이브와 관계된 분과 연락을 하며 당시 호주 장로교 선교부에서 발행하는 잡지 크로니클(Chronicle) pdf 파일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호주 선교사들의 ‘조선에서의 기록’을 찾아내는 데 앞장섰으며 이렇게 찾아낸 자료들을 간추리고 다시 한글 번역을 하는 등 서훈 신청을 위한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크리스찬 리뷰> 지는 지난 2022년 2월 16일(수) 오전 11시, 쏜리 힐크레스트 연합교회 (Thornleigh Hillcrest Uniting Church)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는 호주 선교사 세 분이 한국 정부로부터 영예로운 훈장을 받게 된 것을 기리고 그 과정을 자료로 남기기 위한 자리였으며 주로 황명하 회장의 대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참석자는 권순형 (크리스찬 리뷰 발행인), 박웅걸 (쏜리 힐크레스트 연합교회 담임목사) 목사가 참석했으며 사회와 글 정리는 주경식 (크리스찬 리뷰 편집국장) 국장이 맡았다고 전했다.

 

황명하 회장은 이번에 서훈을 받은 선교사들에 관한 남은 일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앞으로 발라렛(Ballaret)에 있는 선교사들 무덤에 국가보훈처를 통해 독립운동사적지를 알리기 위한 한영(韓英) 안내판 설치 작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한 아직 서훈을 받지 못한 찰스 맥라렌 선교사의 서훈 신청도 추진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5월 3일에는 멜번 PWMU(Presbyterian Women’s Missionary Union, 호주 장로교 여선교부)에서 유족들에게 한국에서 보내온 훈포장 전수식 일정이 잡혀있습니다.”라고 했다.

 

때마침 국내에서는 조선의 어둠을 밝힌 《첫 호주인 여선교사 벨레 멘지스》 책이 2월 15일, 양명득 편저로 발간되었다. 이에 호주 황명하 회장은 이 책의 출간에 대해 "오랫동안 호주 선교사에 관한 자료 발굴과 집필을 해온 양명득 목사님의 노고에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양 목사님의 노력으로 이름도 빛도 없이 한국의 많은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부산진일신여학교의 설립자이자 고아들의 어머니인 벨레 멘지스의 이야기가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고, 그 이야기가 후손들에게도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양 목사님의 호주 선교사 연구와 출판 작업을 응원하며 그 열매가 한·호 선교를 넘어 한국과 호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호주 선교사 세 분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산파역’을 한 황명하 회장은 충남 연기 출신의 애국지사 황갑수(1921-2009) 선생의 아드님으로 2009년 ‘재호주광복회’를 창립하여 2014년 호주지회로 승인을 받아낸 주역이다. 황명하 회장은 재호광복장학회와 청년단체를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청소년 민족캠프’를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글로벌 리더십 함양을 위한 70여 회의 교육 행사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연인원 1500여 명을 참가시키는 등 호주 뿐 아니라 나라밖 광복회 관련 단체 등에서 ‘본보기’가 되고 있는 인물이다.

 

황명하 회장은 광복회 호주지회를 만들어 십수 년간 열정을 바쳤던 회장 자리에서 지난 1월 15일 스스로 물러났다. 그리고 같은 날짜에 광복회 역사상 처음으로 광복회 해외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앞으로 포부를 묻는 기자에게 “한국의 독립운동 기관과 단체를 해외에 연결해 공동 발전을 도모하면서 독립유공자 후손을 찾는 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며 아울러 나라 밖 여러 곳에 지회를 설립하여 해외연합지부 결성의 산파역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국내에서 광복회의 새로운 변신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일찍부터 ‘젊은 광복회’를 내다보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정체성에 특히 공을 쏟아왔던 황명하 회장! 아무도 생각 못 했던 호주 선교사들의 ‘조선독립의 헌신’에 눈을 돌려 2022년 3월 1일, 독립유공자로 이름을 올린 벨레 멘지스(Miss Belle Menzies), 마가렛 데이비스(Miss Margaret Davies), 데이지 호킹(Miss Daisy Hocking)의 ‘서훈’의 산파이자 견인차 구실을 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황명하 회장과의 대담은 기자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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