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 떠나는 광대들 –여는 노래

2022.03.18 11:14:35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8]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한 무리 광대패들 훠이훠이 재 넘는다

괭과리 징소리에 마음은 바쁘지만

장고야 뛰지도 말고 날라리야 날지 마라

 

꽃 지는 등성으로 별 먼저 돋아 오고

해 지는 마을에도 쉬어갈 집 있으니

한 세상 펼치면 마당이요 접으면 외줄타기

 

강물 가고 산벚 져도 강산엔 눈물 없다

어절씨구, 사랑이야! 꽃이 져야 열매 맺지

내일은 말뚝이 되어 장마당을 울려볼까

 

고성만 자란만에 차오르는 밀물처럼

산첩첩 무량산을 광대패 넘어온다

굽이진 생의 끝자락 바람에 펄럭이고

 

 

 

 

     <해설>

 

이 시는 전체 54수에 대한 ‘서시’격인 ‘여는 노래’에 해당된다.

합천 초계 밤마리(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栗旨里)는 오광대 탈춤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예전엔 강물이 현재의 고속도로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밤마리 나루터는 중요한 뱃길 교역지였다.

 

가야산을 흘러내린 대가천과 소가천, 가야천 물줄기가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이라 오일장이 열렸는데 창녕, 합천, 고령 사람들이 주로 모여 성시를 이뤘다. 큰장이 서면 자연 사람이 모이는 법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 광대들 탈놀음도 열렸던 것이리라. 놀이마당이 시작되면 으레 한 많은 사연이 춤사위로 펼쳐지고, 그러다 웃것 아랫것 풍자하고 놀다 보면 양반 징치하는 탈춤 오광대 연희가 정형성을 띠게 되기도 하였다.

 

「길 떠나는 광대」들은 이곳 밤마리에서 출발한 한 무리의 광대들이 진주 거쳐 고성으로 가는 장면을 시화했다. 물론 고성오광대가 남사당패처럼 이곳저곳을 찾아 유랑한 패는 아니었으나, 시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무량산 넘어 내일 열릴 고성오일장을 향해 가는 광대패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이 시는 작곡가 이병욱과 전욱용이 각각 다르게 작곡하여 불리고 있다.

 

“꽃 지는 등성으로 별 먼저 돋아 오고 / 해 지는 마을에도 쉬어갈 집 있으니 / 한 세상 펼치면 마당이요 접으면 외줄타기”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지 않으랴. 아무리 하루해 저물었다 해도 한 몸 쉬어갈 집은 있으리. 내 앞의 삶, 펼치면 마당이 되고, 접으면 외줄이 된다면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 놀이는 마당에서 시작되고 마당에서 끝난다. 마당은 면면히 이어온 우리 겨레의 문화며 터전이다.

 

 

이달균 시인 moon15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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