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단발령망금강산>, 경매서 3억 8천만에 낙찰

2022.04.27 15:49:21

서울옥션, 4월 <제166회 미술품 경매> 결과 발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옥황상제가 금강산의 경치를 돌아보고 구룡연 기슭에 이르렀을 때, 구룡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보고는 관(冠)을 벗어 놓고 물로 뛰어들었다. 그때 금강산을 지키는 산신령이 나타나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큰 죄다.’라고 말하고 옥황상제의 관을 가지고 사라졌다. 관을 빼앗긴 옥황상제는 세존봉 중턱에 맨머리로 굳어져 바위가 되었다.”

 

위는 금강산에 전해지는 설화다. 얼마나 금강산이 절경이었으면 옥황상제마저 홀리게 했을까? 심지어 《태종실록》 태종 4년(1404) 9월 21일 기록에는 태종이 "중국의 사신이 오면, 꼭 금강산을 보고 싶어 하는데,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전하는 말로는, 중국인에게는 ‘고려에 태어나 직접 금강산을 보는 것이 소원이다.’라는 말이 있다는데 맞는가?" 하고 묻는 대목이 나온다. 심지어 중국인들조차 금강산에 가보는 게 소원이라 할 정도였다.

 

그 금강산을 가장 잘 그린 겸재 정선의 그림에 금강산을 멀리서 한 폭에 다 넣고 그린 <금강전도(金剛全圖)>가 있으며, 단발령에서 겨울 금강산을 바라보고 그린 그림 <단발령망금강(斷髮嶺望金剛)>도 있다. ‘단발(斷髮)’이라는 것은 머리를 깎는다는 뜻인데, 이 고개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금강산의 모습에 반해 그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또 이 그림엔 인간이 사는 속세는 번뇌와 더러움을 상징하듯 단발령은 짙은 먹으로 그렸고 그와 대비되는 건너편 금강산은 맑고 깨끗한 신선의 세계를 나타내듯 티끌 하나 없이 하얗고 맑게 그렸다. 마치 신선들의 세계를 인간들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림이다.

 

 

 

이 겸재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산>이 서울옥션 4월 <제166회 미술품 경매>에 3억 8천만 원에 낙찰되었다. 그런데 고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신묘년풍악도첩》 가운데 같은 이름의 그림(보물 제1875호)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다만 같은 화원이 같은 이름으로 그린 두 그림에 다른 점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것에 견주면 이번 낙찰된 그림은 단발령을 작게 그리고, 대신 금강산을 크게 그렸다.

 

그뿐만 아니라 오른쪽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없는 것으로 정선과 동시대 사람인 학문과 문장이 모두 뛰어난 삼연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의 시로 추정되는 발문이 쓰여 있다. 시를 보면 ‘장구한 눈과 얼음은 신이나 녹일 수 있으며, 천하를 버리고 언덕에 올라 머리를 깎으며 속세를 떠나는 것은 또 다른 세계가 아니겠는가(姑射氷雪之容能使神堯喪 天下登 茲嶺而斷基髪亦系異是哉)’라는 문구여서 그림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다.

 

또 그림의 가운데 윗부분에는 ‘학무아문지인(學務衙門之印)‘이라는 소장인이 찍혀있는데, 여기서 ‘학무아문’은 1894년 갑오개혁 때 관제가 개편되면서 생긴 8아문 가운데 하나로, 주로 교육 관련 행정을 돌보던 부서를 가리킨다는 서울옥션 측의 설명이다.

 

 

 

이번 경매에는 또 다른 고미술품으로 한종유가 그린 <윤동승 초상>이 1억 6천만 원에 낙찰되었으며, 아름다운 ‘이층책장’이 1억 4천만 원에 낙찰되어 눈길을 끌었는데, 고미술품이 연이어 치열한 경합을 선보이며, 현장 활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는 소식이다.

 

서울옥션 측은 4월 <제166회 미술품 경매> 결과가 낙찰률 81%, 낙찰총액 약 109억 원에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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