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이 되려면 백성위해 엎드릴 줄 알아야

2022.05.07 10:52:52

허홍구, <산>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8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 허홍구

 

하늘 아래

엎드리지 않고도

우뚝 일어선

너의 이름은 없구나.

 

그랬었구나

그래서 큰 산이 되었구나

 

백성을 위해

엎드릴 줄 알면

그도 큰 산으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로구나

 

 

 

 

조선시대 임금을 보면 태조부터 순종까지 27명이다. 27명 가운데 뒤에 ‘조(祖)’가 붙은 임금은 태조, 세조, 선조, 인조, 영조, 정조, 순조까지 7명, 뒤에 ‘종(宗)’이 붙은 임금은 16명, 폐위된 임금은 연산군, 광해군 2명이다. 여기서 ‘조’와 ‘종’의 쓰임에는 특별한 원칙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태조(太祖)처럼 보통 나라를 세우거나 끊어졌던 정통성을 다시 일으켜 세운 임금에게 ‘조’를 붙인다. 하지만, ‘선조’도 ‘선종’이었던 것을 광해군이 바꿨고, 영조와 정조는 고종이, 순종은 철종이 ‘종’에서 ‘조’로 바꾸어 그런 원칙도 맞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조’와 ‘종’이 붙은 것과 상관없이 우리 국민이 으뜸 임금으로 꼽는 분은 당연히 제4대 ‘세종임금’이다. 그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 등 이루어놓은 업적이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많다. 그러나 세종의 뛰어난 점은 그 업적이 문제가 아니다.

 

2011년 SBS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세종이 농부와 똑같은 차림으로 똥지게를 지고 똥거름을 밭에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인분이 밭작물을 얼마나 자라게 하는지 알아 오라고 지시한 게 언제냐? 이렇게 하지 않으면 관리들이 움직이기나 하느냐”며 복지부동하는 관리들을 “에라 빌어먹을!”이라는 욕지거리로 질타하기까지 한다. 물론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허구로 꾸민 장면이지만 세종이 얼마나 자신을 낮추고 백성에게 다가갔는지 알 수 있게 한 대목이다. 한문에 능통해서 다른 글자의 필요성이 없었던 세종은 오로지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위대한 임금인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은 얼마 전 대선이 치러졌고, 곧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정치의 계절이다. 그에 따라 정치인들은 모두 ‘국민’을 얘기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백성의 편에 서 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여기 허홍구 시인은 그의 시 <산>에서 “백성을 위해 / 엎드릴 줄 알면 / 그도 큰 산으로 / 일어설 수 있는 것이로구나”라고 노래한다. 모두 큰 산이 되려면 백성을 위해 세종처럼 엎드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나라의 녹을 받거나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세종처럼 백성을 위해 엎드릴 줄 알아야 한다고 조용히 훈수를 두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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