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양반 타령

2022.06.03 11:08:00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19]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양반 타령

 

내가 바로 양반이시다

붓 잡은 책상물림

 

동반 서반 중에서도 동편에선 동반 문인, 내 비록 시골양반 육간대청 떵떵 울리는 벼슬은 못 했다만 오대조께옵서는 관찰사와 기방동기, 이조판서 영감과는 동문수학 막역지간, 위로는 임금 상제에 통하고 아래로는 내 알 바 아니라서

 

들은 적

본 적도 없다

알아 묵것냐

이놈들아

 

길일 택해 씨 뿌리고 씨 골라 낳았으니

애초부터 근본이야 유별함이 당연지사

웃것은 사인교 타고 아랫것은 땅을 긴다

 

방석 밑에 깔고 앉아

공맹자 사서오경

읽고 또 깨우치니

삼정승 육조판서가

내 손 안에 있느니라

 

 

 

 

<해설>

 

이제 양반님네들 자랑이 가관이다. 손에 흙 한 번 안 묻힌 책상물림이 무에 그리 자랑일까.

 

서편에 서면 서반문인, 동편에 서면 동반문인인가? 양반이란 조상 덕에 착실히 공부는 못했으니 과거시험에 붙을 일을 없을 터. 하지만 부친, 조부, 증조부, 고조부 위의 오대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관찰사를 잘 아는데, 그 우정은 학문으로 맺은 인연이 아니라 기방에서 술깨나 사 바치며 맺은 인연이고, 이조판서와는 어릴 적 동문수학했으나 그저 서당을 같이 다닌 인연이 전부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자랑질이 눈부시다.

 

오로지 우리 양반님네들은 윗길로만 보지 아랫길, 아랫것들과는 상종하지 않는, 씨부터 다른 분들이니 그리 알아 뫼시란 말이다. 사인교 타고 보는 세상이 그럴듯하니, 물럿거라 상것들아. 공자 맹사 사서오경은 방석 밑에 깔고 앉아 노닐고 보니 뵈는 것도 없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것는가? 이런 팔자가 바로 삼정승 육조판서보다야 훨씬 낫지 않더냐.

 

 

이달균 시인 moon15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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