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나는 말뚝이로소이다

2022.06.10 11:50:33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0]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여보시오

   소인놈

   말뚝이 아뢰오

 

   들에 가면 나무말뚝, 옥에 가면 강철말뚝, 과수집엔 공이말뚝, 고런 말뚝이 아니오라, 언 가슴 녹이는 민심의 어사또 말뚝이라 불러주오. 상전 잘 못 만나 분하고 억울하여 미치고 환장할 땐 지체 없이 기별하소. 내 이놈을 득달같이 쫓아가서 묵사발 만든 후에 자빠뜨리고 깔고 앉아 석달 열흘 삭이고 썩힌 지독한 방귀 한 방을 콧구멍에 정조준하여 피시시식! 푸하아아....통쾌하고 고소하다.

 

   갓끈도

   풀어버리고

   반상 굴레 벗겨놓고

 

   고쳐야 할 법(法) 있거든

   버꾸 들고 버꾸 치고

   버꾸 치다 꼴리거든

   벗고 치고 벗고 치고

   냇갱변

   포강배미 허물 벗듯

   활씬 벗고 놀아보세

 

 

 

<해설>

 

하이고, 우리 양반님들, 잘나고 잘났구려! 그렇다면 이놈 말뚝이는 어떤 놈인지 한 번 들어나 보실라우? 세상에는 참 쓰임새 있는 말뚝이가 많다오. 들에 가면 나무말뚝, 옥에 가면 강철말뚝, 과수집엔 공이말뚝이 있는데, 다 요모조모 필요한 말뚝들이오. 하지만 인간 세상, 아니 오광대 마당엔 이보다 더 중요하고 요긴한 말뚝이 필요한 법, 바로 이름도 거룩한, 오늘의 주인공 말뚝이 되시겠소.

 

이래저래 할 말 못 할 말 많은 세월 살다 보면 꽁꽁 언 가슴으로 한 철을 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나를 불러주오. 내가 언 가슴 녹이는 민심의 어사가 되어줄 것이니. “상전 잘 못 만나 분하고 억울하여 미치고 환장할 땐 지체 없이 기별하소. 내 이놈을 득달같이 쫓아가서 묵사발 만든 후에 자빠뜨리고 깔고 앉아 석 달 열흘 삭이고 썩힌 지독한 방귀 한 방을 콧구멍에 정조준하여 피시시식! 푸하아아” 어떻소? 생각만으로도 통쾌하고 고소하지 않소이까?

 

이런 날도 있어야 하고, 이런 사람도 있어야 살만하지 않겠소? 다 같은 콧구멍으로 콧바람 쐬고 구름비 맞으며 사는데 양반 쌍놈이 어디 있단 말이오. 고쳐야 할 법(法) 있거든 고쳐야 제격이요, 말보다 쉽지 않거든 까짓거 버꾸 들고 버꾸나 치고 보자. 그래서 성에 차지 않거든 웃통이든 바지든 벗어버리고 놀아보자. 갓끈 풀고, 옷도 벗고 놀다 보면 누가 웃것인지 아랫것인지 모를 일이 아니겠소. 허물 벗는 냇가의 물뱀이 어디 양반이 따로 있던가. 언젠가 그런 때가 오긴 오것지요. 암만!

 

그래서 말뚝이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요, 새 시대를 열어줄 예언자가 아니던가. 얼쑤!

 

 

 

이달균 시인 moon15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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