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밥풀꽃에 얽힌 이야기

2022.06.11 11:15:52

[정운복의 아침시평 11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처럼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역사는 없었던 듯합니다.

지금은 극단적 핵가족화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같이 사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예로부터 참 묘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을 빼앗겼다는 서운함일까요? 아니면 질투일까요.

 

특히 홀로되어 자식을 지극정성으로 기른 어머니일수록

갈등의 깊이가 깊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여인으로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인데….

고부간의 갈등은 풀리지 않은 영원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꽃엔 며느리가 들어간 이름을 가진 것들이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꽃이 그러한데요.

이들 모두 구박당하는 며느리의 현실과 관계가 깊습니다.

반면에 꽃 이름 가운데 시어머니가 들어가는 예는 없지요.

 

 

‘며느리밥풀꽃’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집니다.

옛날 어느 가난한 집에 며느리가 들어왔습니다.

흉년이어서 끼니를 잇기 힘들었는데.

시아버지 생신이 되어 며느리는 귀한 쌀 한 줌으로 밥을 짓습니다.

 

며느리는 솥을 씻으려다가 솥뚜껑 안에 붙은 밥알 두 알을 보고

얼른 입에 넣었는데, 마침 시어머니에게 걸렸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괘씸하게 여겨 내쫓아 버립니다.

억울한 며느리는 결백을 보이기 위해 자결합니다.

 

그 며느리 무덤가에 하얀 밥알을 입에 문 것 같은 꽃이 피었답니다.

사람들은 그 며느리의 넋이 꽃으로 화했다 하여

며느리밥풀꽃이라 불렀다고 하지요.

 

며느리에 관련된 속담이 있습니다.

‘미운 열 사위 없고, 고운 외며느리 없다.’

‘고양이 덕과 며느리 덕은 알지 못한다.’

‘동정 못 다는 며느리 맹물 발라 머리 빗는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

‘못생긴 며느리 제삿날에 병난다.’

‘죽 먹은 설거지는 딸 시키고 비빔 그릇 설거지는 며느리 시킨다.’

 

많은 속담이 며느리를 포함하고 있지만, 긍정적이나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현대는 가족관계의 이합집산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반분 사회라고 이야기하지요.

곧 결혼한 사람의 절반이 이혼하고

이혼한 사람의 절반이 재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진득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덥지 않더라도,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더라도

응원하고 함께해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꽃이 되었든 풀이되었든, 사회적 약자가 더는 이름짓기의 한가운데

나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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