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량문기’, 이제는 노비가 아니다

2022.07.10 17:44:12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2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놈 놀보야, 옛 상전을 모르느냐? 네 할아비 덜렁쇠, 네 할미 허튼덕이, 네 아비 껄덕놈이, 네 어미 허천례, 다 모두 우리집 종이라. 병자 팔월 일에 과거 보러 서울 가고, 댁 사랑이 비었을 때 성질이 흉악한 네 아비놈이 가산 모두 도적하여 부지거처 도망하니 여러 해를 탐지하되, 종적 아직 모르더니 조선 왔던 제비 편에 자세히 들어보니 너희 놈들 이곳에 있어 부자로 산다기로, 불원천리하고 나왔으니 네 처자, 네 세간을 박통 속에 급히 담아 강남 가서 고공살이(머슴살이)를 하라."

 

이는 판소리 흥보가 신재효본 사설 일부입니다. 여기서 놀부가 박을 타자 그 안에서 놀부의 옛 상전이 나와 하는 말이지요. 이 말에 따르면 놀부 아비가 상전의 집 재산을 모두 훔쳐 도망쳤습니다. 이때 놀부는 어쩔 수 없이 아비의 옛 상전에게 돈을 주어 돌려보낸 것으로 나왔지만, 도망 온 노비들은 자신을 잡으러 온 상전을 죽이기도 했지요. 2010년 방영된 드라마 <추노>도 이런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노비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중요한 재산으로 아비가 노비면 자식들도 모두 노비였는데 이런 신분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크게 흔들렸습니다. 나라 곳간이 텅 비자 정부는 곡식이나 돈을 받고 신분에 특혜를 베풀었으니 돈 많은 노비는 돈을 내고 양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해냄에듀가 펴낸 《한 컷 한국사》 책에 보면 노비였던 옥련이 주인에게 70전을 내고 양인이 된 것을 증명하는 ‘속량문기’가 보입니다. 이 문서를 보면 글자를 아는 주인은 한자로 서명했지만, 글을 모르는 옥련은 손도장을 그려 넣었지요.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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