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의 독성물질, 에어로졸 타고 이동

2022.10.27 10:31:32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7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필자는 지난 2022년 10월 14일 제3차 녹조 시민 포럼 원격 회의에 토론자로 참가하였다. 세상이 좋아져서, 강원도 평창에 사는 나는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하여 회의에 참가하고 의견을 말할 수가 있었다. 그 회의의 주제는 낙동강의 녹조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녹조를 전공한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가 발표한 주제는 “유해 남세균(녹조) 에어로졸 국내외 현황과 시사점”이었다. 발표 내용이 새로웠다. 낙동강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 그러니까 상주 구미 대구 김해 부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녹조가 “발등의 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대강 사업 이후 여름철만 되면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한다는 것은 수없이 많이 보도되었다. 녹조(綠藻)는 내가 7년 전 수원대 환경공학과에서 수질관리 과목을 가르칠 때만 해도 “남조류(藍藻類)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발표를 보니 남조류라고 부르지 않고 남세균(藍細菌)이라고 부른다. 남세균은 청록색을 띠며 광합성을 하는 세균으로서 여름철에 수온이 높아지고 영양물질이 풍부해지고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남세균은 예전에는 남조류로 불렀으나 요즘에는 세균인 생물학적 특성을 강조해서 남세균이라고 부르며, 놀랍게도 남세균은 조건만 갖추어지면 6시간 만에 두 배로 세포 분열한다고 했다.

 

남세균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 녹조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이고, 이 세균이 죽거나 파괴될 때 나오는 독성물질이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맹독성 물질로서 독약의 대명사인 청산가리보다 100배 이상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마이크로시스틴은 매우 안정적인 물질로서 물을 100도로 끓여도 사라지지 않고 300도 이상이 되어야 분해된다고 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이 인체에 일으키는 피해는 급성으로는 복통, 구토 등이 있고 만성으로는 간염증, 간비대, 간암 등이 있다. 그 밖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정자와 난자를 변형시켜서 생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은 정수 처리 과정에서 없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먹는 물 수질 기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상시 측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에 먹는 물 수질 감시항목으로 지정하고 WHO 권고 기준과 동일한 1.0μg/L 이하로 기준을 정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시스틴은 필요시에만 감시하고 수질조사를 하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아직 먹는 물 안전 기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4대강 사업이 2011년 10월에 완공된 뒤 환경단체에서는 2012년부터 낙동강의 강물과 퇴적물을 대상으로 녹조 독성을 조사하였다. 그러다가 2021년부터 부경대의 이승준 교수 연구진이 농작물과 수돗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여 녹조 독성을 조사하였다. 이승준 교수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낙동강 물로 재배한 상추(2021년 10월), 무와 배추(2022년 2월), 쌀(2022년 3월)과 같은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소량 검출되었다. 심지어는 낙동강 유역에 있는 가정집과 식당의 수돗물(2022년 7월)에서도 독소가 검출되었다.

 

 

이승준 교수 연구진은 2022년 8월에 낙동강 김해시 대동선착장과 대구 화원유원지, 그리고 낙동강에서 1km 떨어진 아파트 단지 옥상에서 채취한 공기 시료에서 녹조의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녹조에서 발생한 독성물질이 미세먼지 크기의 에어로졸(액체 상태의 작은 입자)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동안 녹조 현장을 찾아다니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지독한 냄새로 머리가 아픈 증상을 경험했다. 낙동강 어민들은 더 강한 증상을 호소했다. 장종익 김해시 어촌계장은 “심할 때는 어떤 분은 구토도 하고 머리 아프다고 호소하는 어민들도 많이 있어요. 직접 물에 손을 넣고 그물을 들어야 하고 이런 상황이 되니까 그 냄새가 역겨울 정도에요. 토하고 막 이런 분도 계시고”라고 말했다. 낙동강의 녹조 독소가 에어로졸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조 독소 에어로졸은 건강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다. 같은 농도의 독소를 먹었을 때는 내장 기관을 통해 소화나 해독 작용으로 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코로 호흡하면 점막을 통해서 바로 피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에어로졸 전문가인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자이 그레이스 교수는 남세균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 파킨슨병 등 신경 관련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스 교수는 남세균이 많은 강이나 호수에서 1마일(1.6km) 반경 안에서 산다면 독소의 직접적인 영향 범위에 든다고 말했다. 해마다 여름 녹조가 발생하는 낙동강 주변에는 많은 아파트 단지와 학교 등이 있으므로 녹조 에어로졸 피해가 우려된다. 여름에 녹조가 낀 낙동강에서 수영하거나 수상스키를 타는 행동은 위험하다.

 

2022년 7월 21일에 대구시 정수장 3곳에서 채취된 수처리 전의 원수와 수처리 된 뒤의 정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고 대구 MBC에서 보도하였다. 보도가 나간 뒤 환경부의 반응은 어땠을까?

 

환경부에서는 “대구 수질연구소 검사에서는 녹조 독소가 불검출로 나왔다. 수돗물은 안전하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에서는 “녹조 독성물질 270여 종 가운데서 4가지만 검사하고 불검출로 발표했다”라고 반박했다.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고 검사방법이 달랐다. 이승준 교수 연구진은 일라이자(ELISA)법을 사용하여 독성물질 전체를 분석하였고, 대구수질연구소에서는 정확도가 뛰어난 LC/MSMS라는 기기를 이용하여 4종류만 분석했다. 수질관리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대구 MBC 취재진이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정수장을 찾아가 조사해보니 거기서도 일라이자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왜 LC/MSMS법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묻자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LS/MSMS법은 정확도 면에서는 뛰어나기는 하지만 찾으려고 하는 독소 말고 다른 독소가 물에 있어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조금 덜 정확하지만, 전체적인 독소를 측정해주는 일라이자법이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더 낫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특위 부위원장은 낙동강의 녹조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강 원수에서도 고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고, 그 물을 사용한 농작물에서도 검출되었고, 그 물을 사용한 수돗물에서도 나왔고, 또 공기 중에서도 나왔다. 물, 먹거리, 공기 등 생명체 유지의 필수 조건인 이 세 가지 모두에서 독소가 나왔는데, 환경부는 안전하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이날 원격회의에 참석하여 발표와 토론을 듣다 보니 낙동강 녹조는 이제 발등의 불이 아니라 낙동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초미(焦眉, 눈썹에 불이 붙다)의 관심사가 되었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낙동강의 녹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하다. 수질관리를 전공한 학자로서 단언하건대 낙동강에 있는 8개 보의 수문을 개방하여 물을 흐르게 하면 녹조는 사라진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전래 속담은 과학적으로도 맞는 말이다. 낙동강의 고인 강물을 흐르게 하면 녹조는 사라지고 강물은 살아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16개 보의 수문을 다 개방하지 못한 것은 실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관료들의 저항과 낙동강 유역 주민들의 무관심 그리고 일부 농민들의 이기심을 극복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에서 환경비서관을 지낸 한화진 씨를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감사원은 지금 일부 보를 해체하기로 한 문재인 정부의 결정을 감사하고 있다. 예언하건대 윤석열 정부에서 4대강 보는 건재할 것이다. 그리고 여름마다 녹조는 창궐할 것이다.

 

낙동강 유역에 사는 1,300만 명의 사람들이 독성물질을 먹고 마시는 것도 모자라 코로 흡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를 들으면서 나는 낙동강으로부터 멀리서 사니 괜찮다고 안심해도 되나? 낙동강 물로 재배한 농산물은 전국적으로 유통될 것이다. 낙동강 근처로 여행을 가면 낙동강에서 잡힌 물고기로 만든 매운탕을 먹을 것이다. 녹조는 낙동강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금강에서도 녹조가 발생하고 영산강에서도 녹조가 발생한다.

 

그날 발표회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최근에 경찰은 이승준 교수와 환경단체 활동가들에게 연락해 “녹조 이슈에 대해 말해 달라”, “시위할 계획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면서 국정원의 사찰을 경험한 나는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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