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이 사진과 그림으로 나누는 이야기

2022.11.18 11:43:51

김호웅 사진전 ‘고맙다 안나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래전부터 사진계 안에서 ‘수중사진’ 하면 뒤따라오던 이름이 있었다. 김호웅.

 

91년 문화일보 창간과 함께 입사한 이래 내년 봄 정년을 앞둔 지금까지, 현역 사진기자이면서 30년 넘게 바다를 나들며 바닷속 풍경과 그곳의 생명들을 촬영해온 수중사진 전문가다. 누리집에 <렌즈 속 바다>라는 제목으로 수중사진을 연재하고 있는 그 ‘김호웅’이기도 하다.

 

 

 

 

이것이 밖으로 잘 알려진 김호웅이라면, 그가 ‘안나의 아빠’인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안나는 십대 때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었고, 홀로 된 아빠의 삶을 여동생과 함께 부축한 큰 딸이었다. 미국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성악을 할 만큼 노래를 잘했다. 그날그날의 감정을 일기처럼 그림으로 그리기를 즐겨 했다. 인종을 떠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깊고 소탈했다. 많은 친구가 안나를 좋아했다. 볼리비아의 가난한 소년에게 오래도록 정기후원을 하기도 했다. 다감하면서도 다재다능한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그런 안나가 2018년 이십 오세 생일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 곁에 묻혔다.

 

이번 전시는 안나의 그림과 김호웅의 사진이 함께하는 전시다. 사진을 찍느라 딸이 태어날 때도 함께 하지 못했던 아빠가, 수중사진가 김호웅으로서 자신의 사진과 딸이 남기고 간 그림을 함께 전시하는 것이다. 오래 천착해 온 사진들을 생애 처음 정리해 내보이는 전시회에 딸의 자리를 두어, 너무 일찍 떠나버린 안나를 잠시라도 다시 세상과 이어주고 싶었다.

 

전시 1관에서는 안나의 그림 20점이, 전시 2관에서는 김호웅의 사진 50여 점이 걸린다. 제주 서귀포의 작은 섬 ‘문섬’ 아래, 떼를 이루고 살아가는 생명들을 담은 바닷속 풍경이다. 산란 중인 바다생물들의 고귀한 순간들, 알에서 깨어 작은 몸짓으로 바다에 숨을 틔워가는 어린 생명들이 담겨있다. 사진가로서 김호웅이 눈으로 본 부화와 탄생의 경이로운 순간이자, 안나의 아빠로서 그가 다시금 미소 지을 수 있게 한 감동과 치유의 순간이다.

 

 

 

 

“고맙다 안나야.”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작가가 지나온 시간을 우리는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전시 기획을 도운 사진치유자 임종진을 말한다.

“김호웅 사진전 <고맙다 안나야>는 아빠와 딸이 다시 나누는 사랑 이야기다. 안나가 남기고 간 손때 묻은 스케치북과 아빠가 숨을 죽이며 15미터 아래 바다에서 품은 시선이 한데 모여 두 사람이 다시 사랑의 대화를 이룬 상찬의 잔칫상이다.”

 

우리는 그 상찬을 함께 하며, 삶에 대해 가족과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는 있다.

 

김호웅 사진전 <고맙다 안나야>는 11월 22일부터 류가헌 전시 전관에서 열린다.

전시 문의 02-720-2010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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