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 윤은화에게서 두 개의 얼굴을 보다

2022.11.27 13:00:18

첫 음반 발매기념 독주회, ‘두 얼굴(2FACE)’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는 한 개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영국의 작가 R. L. B. 스티븐슨의 중편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알고 있다. 그 소설은 2002년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원래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한 사람이다. 둘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낮에는 ‘지킬’의 신사와 같은 행동거지를 보이지만 밤에 ‘하이드’가 되면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그런데 어제 11월 2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라이브홀’에서는 한국양금협회 윤은화 대표의 “두 얼굴(2FACE)” 공연이 열렸다. 윤은화의 전통음악이 가진 차분한 내면과 강렬한 헤비메탈 연주자의 모습을 동시에 한 자리서 본 것이다.

 

물론 공연의 시작은 그야말로 전통음악 ‘양금산조’로 시작한다. 윤은화 대표가 직접 구성한 ‘윤은화류 양금산조’를 안진의 장구 반주로 열었다. 그동안 양금은 농현이 잘 안된다는 까닭으로 산조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윤은화는 4년여의 노력 끝에 양금산조를 내놓은 것이다. 윤은화의 ‘양금산조’는 농현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뮤트, 트레몰로 등 여러 가지 주법들을 이용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타현악기인 양금의 장점을 잘 살려 휘모리 부분을 빠르고 화려하게 연주하여 일거에 청중을 사로잡는다.

 

 

 

이어서 윤은화는 ‘공명’이란 곡을 연주한다. 수문장 교대식에서 취타대의 화려함을 더해주는 것으로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악기 ‘운라(雲鑼)’를 등장시켜 양금과 함께 현란한 연주를 선보이는데 맑고 영롱한 음색을 가진 운라는 양금의 음색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후 ‘바람이 부는 언덕’, ‘’난장‘ 등을 연주했고, 5번째 연주곡인 ’흔들리는 숲‘에서 진미림의 가야금과 박신혜의 바이올린과 함께한다. 가야금의 농현과 바이올린 소리의 긴 선이 바람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이 세 악기는 바람에 흔들리는 음산한 숲을 형상하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양금과 바이올린은 묘한 화음으로 새로운 경지를 드러낸다.

 

 

 

 

또 ’잔잔한 호수‘, ’구라철사금성‘, ’수심가‘를 연주한 뒤에 이번 음반의 표제곡 ’무경계(無經界)‘를 연주했다. 동양의 악기면서 서양의 악기인 양금을 채(스틱)로만 치는 것만이 아니라 켜고, 뜯고, 누르고, 문지르는 등 이름 그대로 표현의 제한 없이 모든 경계를 허문다. 가야금과 아쟁 그리고 타악기 연주 모습이 모두 동원되는 화려한 연주의 극치다. 이 연주로 윤은화의 연주에는 그 어떤 경계도 존재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후 공연은 빨려 들어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블랙홀‘을 연주하고 마지막을 ’양금시나위‘로 장식한다. ’시나위‘란 원래 무당이 굿을 할 때 반주하던 기악합주곡으로 일정한 장단 안에서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특징이 있는 우리 고유의 음악이다. 경기무속장단 위에 남도계면 선율을 입혀 개량양금의 반음계적 표현은 물론 두 개의 채(투스틱)를 활용한 화려한 기교와 함께 타악적인 요소를 극대화하였다.

 

 

 

 

 

 

공연의 해설을 맡은 사운드퍼즐 이승천 대표는 윤은화의 음악에 대해 말한다. “윤은화의 작은 두 손에서 피어나는 양금 연주는 성난 파도처럼 모든 것을 삼킬 듯이 거칠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한 호수처럼 처연하며 고요하다.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 리듬적이면서도 선율적인 것, 역동적이면서 서정적인 것, 이러한 양금의 두 얼굴(Two Face)이 윤은화의 연주 안에서 원만하게 공존해 상황마다 적절하게 배치된다.”라고 말이다. 공연의 이름을 두 얼굴(Two Face)이라고 한 까닭을 설명하고 있음이다.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양금 공연을 보러 왔다는 서정인(42) 씨는 “’무경계‘ 공연에서 나는 헤비메탈의 해드뱅잉을 보는 듯한 격정적인 모습을 보았다면, ’양금산조‘에서는 우리 전통음악을 그대로 보여주는 차분한 모습이어서 그야말로 윤은화의 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잊힐 뻔했던 양금을 세계 속의 양금으로 발돋움하게 한 윤은화에게 크게 손뼉을 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네 살부터 음악을 시작한 '예술영재'인 윤은화는 그동안 미국ㆍ일본ㆍ프랑스ㆍ태국ㆍ타이완 등에서 초청 순회공연을 해 왔다. 중국의 중점대학 100곳 가운데 하나인 옌볜대학 초ㆍ중고를 수석 졸업했고 서울대학교를 거쳐 중앙대학교 관현악과를 졸업,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또 윤은화는 중앙대학교, 부산예술대학교, 옌볜대 초빙교수도 지냈고, 현재는 단국대학교 대학원과 명지대학교 한국음악과에서 양금을 가르치고 있다.

 

피아노의 먼 친척뻘인 양금은 국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쇠줄을 쓰는 악기다. 윤은화는 한국의 양금은 물론, 북한ㆍ중국 양금의 장단점을 분석해 자신의 이름을 새긴 양금을 개발했다. 56현 12반음계로 이뤄진 '윤은화(YUNEUNHWA)' 브랜드 양금의 음역대는 넓다. 두 옥타브 낮은 도(C)에서 두 옥타브 위 솔(G)에 이르는 4옥타브 반이다. '아시아파워브랜드 대상'에서 악기 제작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 첫 음반 <무경계((無經界))> 발매 기념 독주회를 했다. 그녀는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양금협회 회의가 다음에 열릴 2024년에는 만장일치로 한국에서 진행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준다. 앞으로 그녀의 발전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기대되는 바가 크다.

 

                                                                                         사진 제공, 이상석 작가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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