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사는 게 지루했는가?

2022.12.07 10:54:09

사랑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인도를 굴복시킨 테레사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7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12월이 되니 일 년이란 시간이 거의 다 가는구나. 열두 달을 거의 다 보내고 이제 한 달도 안 남았구나. 어영부영 일 년을 다시 마감하면서 스스로 질문을 해본다. "올해 무엇을 했지?" ​

 

뭐 특별한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데... 무슨 기억 나는 일이 있으리오. 올 한 해 즐거웠던가? 지루했던가? 힘들었던가? 재미있었던가?

 

그런데 이런 질문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질문이다. 그때 옛날에 본 어느 말이 생각난다.​

 

"세상은 증오로 살기엔 기나긴 권태요, 사랑으로 살기엔 짧은 환희다"​

 

이 말은 2003년 10월 19일 바티칸에서 열린 시복식을 통해 성자 다음의 품계인 ‘복자’가 된 마더 테레사, 곧 테레사 수녀의 언행과 어록을 기록한 책을 소개하면서 출판담당기자가 머리말로 가져다 놓은 것이다. 테레사 수녀의 말일 것이다.​ ​

 

올 한해가 지루했으면 그것은 증오로 살았다는 말일 것이요, 짧았다고 생각되면 그것은 사랑으로 살았다는 뜻일 거다. 우리는 그런 생각도 해보지 않고 오로지 내가 편했는지, 즐거웠는지, 재미있었는지, 자기 한 몸만을 기준으로 생각하며 이 한 해를 살아온 것이 아니던가?

 

 

테레사 수녀.

20세기에 있어서 인류의 사랑을 대표하는 가장 고귀한 이름이 아닌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말씀으로 사랑의 실천을 이끌었다면 테레사 수녀는 행동으로 그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었다. 수녀의 고향은 그 옛날 알렉산더 대왕의 고향인 마케도니아. 알렉산더가 인더스강을 건너 인도에 쳐들어간 것이 BC 326년이니까 테레사는 그보다 2천 3백여 년 뒤에 인도를 침략했다. 알렉산더가 창과 칼로 침략했다면 테레사는 사랑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인도를 공략해 마침내 인도를 굴복시켰다. ​

 

잠잘 곳이 없는 노인이나 병약자들이 밤새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죽어 시체로 발견되고, 상처 입은 여인의 환부에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채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했을까? 깨끗하고 조용한 수녀원이 아니라 고통받는 우리들의 이웃이 있는 수녀원 밖 거리로 뛰쳐나온 테레사... 그를 기다리는 것은 수많은 빈민과 기아와 나환자였다. 그러나 이런 가장 낮은 곳, 헐벗은 이들을 위해 믿음과 섬김의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세상을 밝히는 등불의 기름이 되지 않았던가? ​

 

테레사에게는 가난이 오히려 경이로운 것이었다. 가난은 누가 만들었던가? 바로 우리 자신들이 만들었다. 가난한 사람은 고통과 고된 일이라는 '자원'을 지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서 그것을 체험하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했다.​

 

"가난을 어머니처럼 사랑하고, 단순한 가난의 길에 머무십시오."

"영적 생활의 열매는 가난한 사람을 섬기는 것입니다"

"부자와 빈자는 서로를 구원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테레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진정한 사랑이란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란 가장 평범한 진리를 담고 있다. 12세 때 처음 수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고 18세 때에 수녀원에 들어간 뒤로는 97년 승천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어머니와 만난 적이 없지만 어머니와 가정에 대한 각별한 존중을 드러냈다.​

 

"사랑과 불행 모두 가정에서 싹틉니다. 하느님은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하라고 여자를 지으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가정의 따뜻함을 제공하고 있습니까? ​

 

"이기심에 사로잡힌 어른들이 신의 선물인 아이의 생명을 해치는 나라는 지독하게 가난한 나라입니다." ​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잊고 만다. 요즈음처럼 엄마가, 아빠가 자신만이 아니라 자기 자녀들을 아파트 창밖으로 던지고, 목숨을 끊는 때가 있었던가? 모두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가장 이기적인 생각이 깔려 그런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테레사는 그러한 우리를 예견이라고 하듯, 아이의 생명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설교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은 지금 마음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다. 많은 사람이 물질적으로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물질을 갖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테레사의 말은 계속된다.​

 

"불행은 굶주림, 주거 박탈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불행 가운데 가장 큰 불행입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한 현상으로 자리 잡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도 무섭게 번지며 우리를 낙담하게 하는 자살, 그 자살의 밑바탕에 이런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가? 그런 사람들에게는 예수건 석가건 마호메트건 이 시대의 고민을 먼저 깨우친 분들의 사랑이 전해져야 한다. 그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방법은 봉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봉사는 고통의 큰 바다에서 한 방울 구원이다. 그 구원을 위해 테레사는 자기 몸을 불살랐다. 우리 모두 그 길을 따라갈 수는 없다. 다만 마음속에 단 한 가지만 기억해보자고 제의하고 싶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생각해보며 그 길의 의미를 더듬어보자는 것이다. 바로 다음의 말이다.​

 

"그들이 외로움에 떨 때 그들이 버림받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그들을 이해합니까? 우리는 그들 곁에 있습니까?"​

 

1910년에 태어나 1997년에 돌아가셨으니 87년의 삶인데, 과연 테레사는 증오로 살지 않고 사랑으로 살았기에 그 삶은 짧은 환희였다. 너무 짧아서 아쉽다. 과연 "세상은 증오로 살기엔 기나긴 권태요, 사랑으로 살기엔 짧은 환희다" 마더 테레사가 가신 지 벌써 사반세기, 25년이다.

 

 

이동식 인문탐험가 ld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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