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조선인 삶과 윤동주 고향을 찾아서

2023.02.21 11:10:28

맛있는 일본이야기 < 679 >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헌 짚신짝 끌고

나 여기 왜왔노

두만강을 건너서

쓸쓸한 이 땅에

 

남쪽하늘 저 밑엔

따뜻한 내고향

 

내 어머니 계신 곳

그리운 고향집

          -  윤동주 ‘고향집’(1936.1.6.)-

 

시인 윤동주가 노래하듯 누구에게나 어머니가 계신 고향집은 따뜻하다. 그 고향집을 버리고 남부여대(男負女戴: 남자는 짐을 지고 여자는 짐을 인다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온갖 고생을 하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떠난 땅 간도(間島). 그 간도땅에서 평범한 시절을 보낸 소년 윤동주. 그는 이제 간도땅의 평범한 소년이 아니다. 시인 윤동주는 한국을 넘어 유학길에 올랐던 일본, 더 나아가 그의 시를 사랑하는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것을 입증하는 ‘아주 특별한 강연’이 그제(19일) 낮 2시부터 줌 웨비나 (Zoom Webinar, 화상 원격회의 시스템, 아래 ‘화상회의’)를 통해 열렸다. 전 세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아주 특별한 강연의 주제는 <시인 윤동주와 함께 2023 공개강연회: 윤동주의 고향 간도를 말한다>였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詩人尹東柱を記念する立教の会)의 대표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는 “이번 강연에는 300여 명이 참가(신청은 500여 명)했으며 화상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홋카이도부터 도쿄, 후쿠오카 등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한국, 미국, 폴란드, 캐나다 등에서 참여하여 시인 윤동주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라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화상회의를 주관하는 곳은 일본 도쿄의 릿쿄대학이었고, 강사는 한국 인천에 사는 도다 이쿠코 작가였으며, 강연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 세계에 사는 시인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으니 코로나19가 가져온 획기적인 ‘강연 시스템’이었음은 틀림없었다.

 

 

도다 이쿠코 작가는 당시를 이해할 수 있는 귀한 간도 사진 100여 장과 간도의 역사를 알기 쉽게 정리한 자료로 1시간 30분 동안 ‘윤동주가 태어나서 만 스무 살까지 살았던 간도의 마을, 학교, 시장, 풍경, 민속, 역사’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었다. 주제 그대로 ‘윤동주의 고향 간도’를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섭렵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풍부한 자료와 역사적인 고증이 돋보였다.

 

웬만한 대학에서 한 학기 주제로 ‘간도’ 공부를 한다고 해도 이처럼 상세하면서도 일목요연한 강의는 찾기 어려울 만큼, 어제 강연은 ‘20세기 간도에서의 제국주의 일본과 한국인의 삶’을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듯 큰 물줄기의 흐름을 잡아준 강연이었다고 화상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空と風と星と詩)》(2015)를 일본어로 번역한 중견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은 “도다 이쿠코 씨의 해설과 간도 사진으로 윤동주 시인이 살고 있던 시대 배경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인의 작품에 몰입하던 생각을 보다 깊이 맛보기 위한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한 간도의 역사적인 위치랑 일본과의 관계 해설로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또 다른 측면에서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戶田郁子さんの解説と間島の写真で、詩人の生きていた時代背景の理解を深めることが出来ました。詩人の作品ヘ込めた思いを、より深く味わうための良い機会でした。また、間島の歴史的な位置や、日本との関係の解説で尹東柱詩人の生涯を別の側面から知り、有意義でした。)”라고 했다.

 

 

윤동주가 간도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의 모습, 사진에는 윤동주가 없지만, 한복을 교복으로 입은 당시 간도의 학교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사진이다. 

 

한편, 강연자인 도다 이쿠코 작가는 이번 강연에서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말해달라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ㆍ중ㆍ일에서 서로 윤동주의 국적 운운하는 데 대해 윤동주는 하늘 위에서 이 소동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꼭 한 사람 한 사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ㆍ중ㆍ일의 윤동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함께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역사 검증은 미래를 함께 걷기 위한 첫걸음이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검증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고 계속 전달할 것이다.”

 

한가지 생각해볼 점은 위에서 “한ㆍ중ㆍ일에서 서로 윤동주의 국적 운운”이라는 말을 잘 못 들으면, 혹시 오해의 소지가 있을 듯하다. 여기서 한국은 빼고 ‘중국과 일본’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은 단 한 번도 윤동주의 국적이 중국이거나 일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에서는 윤동주를 중국 내의 조선족으로 취급하고 있어 ‘중국인’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고, 일본의 경우에는 윤동주가 창씨개명(平沼東柱, 히라누마 동주)했다고 ‘일본인’ 취급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위키피디어 참조로 강연자가 자료 제시) 도다 이쿠코 작가는 이러한 중국과 일본의 태도를 어떻게든 바로 잡고 싶은 심정에서 이러한 지적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1시간 30분 동안, 윤동주가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이주해 살았던 간도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윤동주 개인이 살던 간도를 떠나 20세기 간도를  침략한 일제와 조선인의 삶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시간 30분이라고 강연에서 다루지 못할 것은 없다.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란강이 흐르는 끝없이 펼쳐진 논,  한가로운 풍경을 90년 전 윤동주도 날마다  보고 있었을 것이다.  

 

 

식민지 청년이자 일본 유학생 시인 윤동주, 일제에 의해 스물일곱 살의 나이로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삶을 마감한 지극히 순수했던 조선 청년, 그는 후쿠오카형무소에서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미국 노래, 번안곡)’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한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 오곡백화가 만발하게 피었고 / 종달새 높이 떠 지저귀던 곳”

 

기자는 윤동주 시인이 숨져갔던 후쿠오카형무소 자리가 있던 모모치니시공원(百道西公園)에서 이 노래를 곱씹어 부른 적이 있다. 오곡백화가 만발하게 피었던 동주의 고향, 동주가 스무 살까지 살았던 그 시절, 그 동네의 이야기를 소중한 사진 100여 장과 함께한 도다 이쿠코 작가의  아주 특별한 강연 <시인 윤동주와 함께 2023 공개강연회 ‘윤동주의 고향 간도를 말한다’>는 기자에게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함께한 300여 명의 사람에게는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번 강연이 통역 없이 일본어로 진행된 점이다.

 

그런데도  2월 16일 윤동주 기일(忌日)을 추모하는 뜻에서 일본에서 마련한 이번 강연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내친김에 한국인을 위한 아주 특별한 강연 ‘윤동주의 고향 간도를 말한다’도 마련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이번 강연의 토대를 이룬 것은 도다 이쿠코 작가가 지난해 펴낸 책 《동주의 시절》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책 속에 윤동주가 살았던 간도와 그의 주옥같은 시, 그리고 윤동주와 같은 호흡을 하던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빼곡하게 들어 있다. 강연보다 자세한 책을 권한다. 간도에서의 조선인의 삶과 윤동주의 생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참고로 위 기사는 이번 강연을 직접 줌 웨비나로 참여한 기자의 취재이며 기사 가운데 대담은 이번 강연을 주최한 일본의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詩人尹東柱を記念する立教の会)의 대표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 릿쿄대학 평화ㆍ커뮤니티 연구기구(立教大学 平和・コミュニティ研究機構)의 이시즈카 코이치 씨, 중견시인 우에노 미야코 씨, 강연을 맡은 도다 이쿠코 작가 등과의 전화 그리고 번개글(이메일)을 통해 작성한 기사임을 밝힌다. 아울러 기사에 나오는 일본어는 모두 기자의 번역이며 기사 속의 사진들은 화상회의 중 갈무리 및 작가 도다 이쿠코 작가에게 직접 받은 사진들이다. 

 

<시인 윤동주와 함께 2023 공개강연회: 윤동주의 고향 간도를 말한다> 【강사,  도다 이쿠코  작가】

 

일본 아이치현 출신의 작가ㆍ번역가ㆍ편집자. 1983년부터 서울에서 한국어연수, 한국근대사를 공부하면서 일본 신문, 잡지에 글을 기고해왔다. 1989년 하얼빈 흑룡강대학교에서 중국어 연수를 받고, 연변대학교를 찾아가 조선족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중국조선족을 살다-구 만주의 기억》(2011년 이와나미岩波서점), 《한 이불속의 두 나라》(1995년 도서출판 길벗), 《80년 전 수학여행》(2019년 도서출판 토향), 일역서로 김훈 작가의 《흑산》(2020년 쿠언) 등, 일본과 한국에서 15권의 저서와 17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10년째 한국 베스트셀러에 관한 칼럼을 집필 중이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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