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고전문학을 전공하면서 천여 년 전 작품들 중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삶을 담은 작품에 매료되었고 공감했습니다. 바쁜 현대인이 잊고 살았던 사계절의 변화를 나도 느긋하게 느끼면서 즐기고 싶어서 이번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계절은 한 바퀴 돌면 다시 새로운 계절이 돌아옵니다. 27세인 내가 그린 사계절화 70점은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려나가겠다는 다짐을 담은 전시를 예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
이는 젊은 일본 작가 나카가와 세이라(中河星良)의 말이다. 나카가와 세이라는 1996년생으로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현 바닷가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대학생이 되면서 도쿄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일본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2015년 대학 2학년 때 KADOKAWA 출판사의 ‘코믹그랑프리’에 입선하여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연재하는 잡지 ‘하루타’에서 만화가로 등단했고, 그 뒤 5년 동안 ‘하루타’에 작품을 연재해왔다.
이번에 인천관동갤러리에서 8월 11일(금) 부터 나카가와 세이라 작가의 "사계(四季)" 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 그림은 나카가와 세이라가 대학원에서 전공한 고전문학에 상상의 날개를 단 작품 70점이 선보인다. 그녀가 전공한 천여년 전의 고전문학이란 무엇일까 ? 답을 하기 전에 약간 다른 질문을 해 보겠다.
일본 역사상 가장 평안하고 찬란한 문화가 꽃피던 시대는 언제일까? 이러한 질문에 설마 '사무라이들이 칼을 빼들고 날뛰던 시대'라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른바 무사시대의 등장에서 존속까지라고하면 가마쿠라 막부(1185)때부터 에도시대의 막이 내릴때(1867)까지로 약 683년 동안을 말한다. 이 시대는 무사들의 권력다툼으로 날을 지새던 시대였으므로 '문화'나 '평안' 같은 낱말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질문의 답은 헤이안(平安時代:794~1185) 라고 말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일본의 문자인 '가나문자'가 생겨났다. 정권은 칼잡이들이 아니라 귀족들이 잡았다. 정치는 안정되었고 궁중의 여성들은 앞다투어 가나문자로 소설이나 수필을 썼다. 그 작품들이 지금까지도 남아서 일본 문화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소설을 말한다면 단연 <겐지이야기> 를 꼽을 것이다. 11세기 초, 궁중여인 무라사키시키부(紫式部)가 쓴 <겐지 이야기(源氏物語)>는 일본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겐지 왕자가 궁중의 여러 여성들과의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세련되고 우아한 귀족들의 독특한 사회를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고전을 멀리하는 요즘, 일본도 예외는 아닐진대 고전문학을 전공한 젊은 학도가 섬세하고 예리한 필치로 천 여년 전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 시킨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개막일이 기다려진다.
<나카가와 세이라 개인전 "四季(사계)" 안내>
8월 11일(금) ~ 8월 20일(일) 10:00~18:00 (기간 중 매일 개관)
인천관동갤러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38) 전화 032-766-8660